정부의 인천공항 사장 후보 추천이 쉬어가는 모양새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7일 예정했던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공운위) 개최 계획을 취소 하고 잠정 연기했다.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획재정부 소속 위원회로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 지정·해제·변경, 공기업·준정부기관 임원 임명·해임·해임건의, 경영실적 평가 등을 수행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기업 사장을 노리는 인사라면 반드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기재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취임과 국회 일정을 고려해 공운위 개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공운위 민간위원에도 이같은 사실을 전달했다.
다음 공운위 일정은 미정이나 공기업 사장 등 임원 자리를 장기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이달 내 개최가 유력해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공운위는 박근혜 정부 들어 대형 공기업에 들어간 '관피아(관료 마피아)'가 이명박 정부 보다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세월호 침몰 이후 관피아가 우리 사회의 적폐(積弊)로 드러난 상황이어서 어깨가 더 무거워 졌다.
◆공운위, '거수기' 역할 벗어 던질까?
이번에 공운위가 처리할 안건은 '인사분야'로 공기업 비상임 이사, 감사 등의 안건이 다수지만 공기업 사장 추천 건은 인천공항 사장이 유일해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인 39명이 인천공항 사장에 도전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4배수로 추리는 과정에서 '관피아', '특정 지역 편중', '인천공항 사업과의 직.간접 연관성' 논란이 불거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관피아' '낙하산' 인사를 배제한 결과만 내놔도 공운위 역할에 점수를 줄 수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 사장 공개모집은 (내정 후보 없이)순수하고 완전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다른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 그룹이나 여당에서 특정 후보를 낙점해 둔 뒤 형식적으로 공모 절차를 밟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공운위 부터 제 역할을 증명해야 한다. 공운위는 8명의 정부위원과 9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으로는 최종원 박시룡 김종철 이상철 안숙찬 박순애 반장식 곽태철 이병혜 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공운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인사가 대부분 박근혜 정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 사장 추천 건을 보면 대체로 인사소위안을 그대로 의결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겐 '거수기'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공기업 안팎에서는 민간 위원들이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워 질려면 할 말은 하는 위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사소위에 참여하는 민간위원에 대한 불신이 큰 데, 과거 석연치 않은 전례 때문이다.
작년 한국공항공사 사장 추천 때가 대표적이다. 한국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 평가에서 3위를 한 김석기 후보를 최종 추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성한 뒷말을 낳았다.
이후 기재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 소위원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기업선진화추진위를 폐지하고 인사소위원회와 제도소위원회, 기능소위원회로 개편했다. 소위 참여 민간 위원도 4명으로 늘렸다. 인사 소위 일부 민간위원(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안숙찬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을 교체하기도 했다.
◆투명 인사, 인사소위 민간 위원에 달렸다
이번 인천공항 사장 추천에는 5명의 인사가 공운위 인사소위 위원으로 참여한다.
정부측 대표인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이 인사소위원장을 맡고, 민간위원으로 반장식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박시룡 서울경제 HMG퍼블리싱 부사장, 이병혜 명지대 교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들어간다. 이석준 차관과 반장식 원장은 작년에도 인사 소위에서 활동했다.
기획예산처 차관을 지낸 반장식 원장은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다리를 잇는 역할을 하다 이명박 정권에서 신한카드 사외이사를 지냈다.
공공기관 정상화협의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KBS 9시 뉴스 진행자에서 전업주부로 돌아선 이병혜 명지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과)는 뒤늦게 모교(경희대)에서 석·박사를 받고 교수로 임명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박시룡 위원은 서울경제신문 HMG퍼블리싱 부사장 겸 발행인이다.
이들의 각오를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거나, 연결이 돼도 대체로 말을 아꼈다.
일부 위원은 "(언론에서)관피아 얘기가 많아 부담된다"고 했고, 다른 소위에 속해 있는 민간위원은 "근래들어 인사 소위 결정을 번복한 적이 있다"면서 정부 뜻대로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민병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작년 부채 증가 상위 10개 공공기관 중 8개 기관의 요직에 친(親) 박근혜계 인사가 투입됐다면서 공기업 임원에 대한 투명하고 전문적인 인사를 지적했다. 지적된 공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장학재단, 한국광물자원공사, 예금보험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으로 공운위가 상당 부분 관여했다.
민병두 의원 측은 "청와대나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보낼 때 추천위원회, 서류심사, 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지만 형식적 절차에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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