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홈플러스 매각설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매각 자문사 선정 등 제법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며 매각 현실화에 힘이 실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한국 홈플러스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자산 매각을 위해 최근 자문사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실적 부진에 분식회계 문제까지 겹친 테스코로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이미 테스코는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해외 사업 부진을 이유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정크 기업 수준으로 강등할 것이란 경고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코의 아시아 사업 비중 중 50%에 달하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매각 카드는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것.
실제 지난해 매출 10조원을 올린 한국 홈플러스는 테스코 전체 매출(125조원) 가운데 8%를 차지해 영국 본사 다음으로 높았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매각하기만 하면 지금의 자금난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이같은 매각설에 초지일관“노코멘트”로 대응하고 있으나 답답함을 감추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미 7~8년전부터 홈플러스 매각설은 얘기가 돼 왔지만 그 때마다 본사 테스코로부터 받은 답변은 노코멘트”였다며 “올해도 본사로부터 별 다른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테스코의 필립 클라크 전 회장은 직접 방한해 홈플러스 매각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클라크 회장이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 한국 홈플러스 직원들로서는 힘이 빠지게 됐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홈플러스 사정은 조직 안팎의 우려를 키우기에 충분하다.
이미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시장경쟁심화 등으로 홈플러스의 영업이익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5683억원을 기록했던 홈플러스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12년 4476억원 ▲2013년 338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실적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억대 경품비리 의혹에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소비자 신뢰를 깎아먹으며 불매운동 등이 일어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뿐 아니라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상생 문제에 있어서도 홈플러스는 체면을 구기고 있다. 동반성장이 화두인 유통업계에서 홈플러스는 3년 연속 정부가 평가한 등급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최근 노사가 합의한 임금 인상안의 경우 향후 실적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사측과 6개월간 줄다리기 끝에 선임 이상 근로자 임금 평균 2.5% 인상, 시간제 근로자 시급 평균 3.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금 인상이 앞으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순 없다”면서도 “일단 노사 간 갈등이 일단락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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