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금거래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알고 지내던 치과의사 B씨에게 1㎏짜리 골드바를 팔았다. 2011년 트로이온스당 1899달러 고점을 찍고 추락하던 금값이 반등기미를 보이자, 호시탐탐 투자기회를 엿보던 B씨가 5000만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베팅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월 트로이온스당 1142달러로 바닥을 찍은 금 시세는 20일 현재 1294.2달러까지 반등했다. A씨는 "장기적으로 금값이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는 자산가들이 많아 앞으로도 골드바 판매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저금리에 불확실한 증시 환경이 겹쳐 뚜렷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자들이 금, 미술품, 원유를 비롯한 실물자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1%대 예금금리에 싫증을 느낀 자산가들이 위로 꿈틀대는 실물자산 가격표를 보고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부자들의 재테크 트렌드 변화는 통계수치에서도 읽을 수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04㎏ 수준이었던 한국금거래소 금 출하량은 지난해 1383㎏로 두배 가까이 점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달만에 381㎏이 팔렸다. 한국금거래소는 금 소매상과 은행에 금을 대량 공급하는 도매상 노릇을 하는 곳이다. 그만큼 각지에서 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 영업점도 잇달아 금 영업에 뛰어들었다. 은행에 들렸다가 금을 소액으로 사려는 중산층 발길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달 국민은행이 판 금괴 중 100g 이하 소액 골드바 비중은 94%에 달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이 고액 자산가 투자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도 비슷한 트렌드가 관측된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경매업체 8곳을 통해 경매시장에 들어온 투자액은 970억원으로 전년(720억원)대비 35% 늘어났다. 최근에는 중산층 대열까지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될성 부른 작가를 가려내 미술품을 사놓으면 나중에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서다. 미술경매업체 서울옥션은 이달 28일 500만원 안팎에서 낙찰가가 정해지는'마이 퍼스트 컬렉션(My First Collection)'행사를 연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처음 미술경매에 뛰어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인데 벌써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금융실명제법 개정안이 시행된 것도 호재다. 최성환 유화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예금 대신 값이 오를만한 미술품에 돈을 묻으면 양도나 상속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년새 반토막난 원유가격에 베팅하겠다는 자산가들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파는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 1월 일평균 거래량은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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