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가전업체인 모뉴엘이 3조 4,000억 원대의 사기 대출을 벌였다는 소식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대부분의 은행들이 사기극에 놀아났지만, 우리은행은 피해가 없었습니다.
원칙을 지킨 두 영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한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의 보증서 한 장 만을 믿고 모뉴엘에 수 천억 원의 대출을 해 준 은행들.
그런데 대출 사고 때마다 빠지지 않던 우리은행의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은행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850억 원을 대출해줬습니다.
2012년 10월, 모뉴엘은 우리은행에 추가대출을 요청합니다.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자도 꼬박꼬박 갚는 모뉴엘에 대한 추가 대출은 별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나 대출 직전 이상조 심사부 차장이 제동을 겁니다.
▶ 인터뷰 : 이상조 / 모뉴엘 대출 심사
- "(홈시어터컴퓨터)이런 아이템을 갖고 급성장을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힘든 상황이거든요. 그럼에도 이 업체가 2배, 3배 늘어나고 있던 부분…"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윤흠 산업분석팀 차장은 모뉴엘 제품을 수소문하기 시작합니다.
국내는 물론 미국 쇼핑몰과 마트까지 문의했지만, 물건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인터뷰 : 강윤흠 / 모뉴엘 매출 검증
- "실제 제 주위에서 만나본 분 중에 모뉴엘 제품을 사신 분들은 없더라고요. 왜 모르고 있을까 너무 궁금하잖아요.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사보자, 그래서 주로 팔리고 있는 미국 시장의 유명한 웹사이트들이 있습니다. 제품이 검색이 안 되는 걸 보고 이건 좀 문제가 있는 거라고..."
모뉴엘을 수상히 여긴 두 사람은 추가 대출은 커녕 기존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량기업으로 보였던 모뉴엘과 거래를 끊겠다고 하니 영업부가 펄쩍 뛰었습니다.
▶ 인터뷰 : 이상조 / 모뉴엘 대출 심사
- "지점에서 굉장히 큰 거래처였고, 영업점 입장에서야 늘리지 못하더라도 유지는 해달라고 하고 싶겠죠. 설득하는 과정들이 2달 이상 넘게 걸렸거든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결국 우리은행은 850억 원의 손실을 막았고, 두 사람은 승진과 함께 영웅 칭호를 얻었습니다.
MBN뉴스 김한준입니다.
[beremoth@hanmail.net]
영상취재 : 양현철 기자, 영상편집 : 송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