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세기동안 과학은 거칠 것이 없었다. 지동설과 진화론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인간의 세계관을 바꾼 과학은 이제 새로운 미스테리에 도전한다. 85년 남은 21세기. 인간은 어떤 과학 수수께끼를 풀어내야 할까.
미국의 최대 비영리기구 중 하나인 '과학과 대중을 위한 사회재단'은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 하는 '10가지 과학적 미스터리'를 공개했다. 재단측은 "21세기가 85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이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목록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몇 세기 동안 과학은 큰 일을 해냈다. 17세기, 사과 나무 밑에 앉아있던 아이작 뉴턴은 힘과 운동의 본질에 대한 세 가지 법칙을 찾아냈다. 이듬해에는 피뢰침을 개발한 벤자민 프랭클린이 전기에 대해 많은 것을 찾아냈다. 19세기 들어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설명했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원소인 원자들을 모아 주기율표를 만들기도 했다. 폭발적인 과학적 성과로 결국 19세기 말 결국 '과학의 종말'이라는 단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더 이상 알아낼 것이 없으며 얼마나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느냐만 남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나타났다. 상대성 원리를 포함해 모든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설명했으며 곧이어 양자역학이 태동하면서 뉴턴의 방정식을 '고전역학'의 세계로 밀어내 버렸다. 인간이 지금껏 알지 못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연 것이다. 이어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DNA의 구조를 밝혀내며 "인간은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단은 가장 먼저 '생명의 기원'을 꼽았다. 극한 환경이었던 원시 지구 초기, 과연 어떤 연유로 DNA가 만들어지고 단백질이 생겨났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최근 체코 연구진이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 환경에서 RNA가 만들어졌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말에는 생명과 물의 기원을 찾기 위해 혜성에 인간이 만든 로봇, 필라이를 착륙시키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조금씩 생명의 기원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 확실한데 어떤 물질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도 밝혀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불과 4%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드넓은 우주에서 티끌조차 되지 않는 크기의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하지만 아직 인간은 다른 '차원'의 우주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지구가 놓여있는 이 우주 이외에 또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이다.
다음으로 '양자중력'이다. 양자역학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뉴턴이 찾아낸 힘의 법칙이 인간이 볼 수 있는 물체들 사이에 작용한다면, 양자역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와 분자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양자중력이란, 이처럼 양자효과가 발생하는 범위에서 나타나는 중력을 말한다.
'양자얽힘' 현상도 풀어내야 한다. 양자현상이 적용되는 물체들은 서로 '중첩' 되어 있다.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얽혀 있을 수 있다는 '아리송'한 개념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최근 양자얽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확인되진 않았지만 점점 양자얽힘이 '사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계에 살고 있을지 모를 지적 생명체도 찾아야 한다. 벌써 수백개에 가까운 지구형 행성이 발견됐는데, 아직도 인간과 같은 사고를 갖고 있는 생명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화성과 혜성에 인간의 로봇을 착륙시켰지만 단세포 생물조차 발견
이밖에도 시간의 본질, 증거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인간은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며 "위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또 다른 미스터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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