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빨리 제품을 전량 회수해서 폐기합시다.”
2012년 3월께 대전 가맹점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은 허상일 모닝글로리 대표(58)는 직원들을 긴급 소집한 후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 직원들은 순간 어리둥절해졌다.
새로 선보인 지함(종이상자)이 문제였다. 선물 등을 담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지함을 세계지도로 디자인했는데 아주 조그만 글씨로 새겨진 일본해라는 글자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출장간 직원이 일본에서 구매해온 디자인 자료가 화근이 됐다. 이에 앞서 모닝글로리가 출시한 닌자노트 또한 논란이 됐다. 닌자 캐릭터와 경복궁을 소재로 제품을 디자인해 출시했는데 네티즌들로부터 "명성황후 시해를 연상시키는 제품”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허 대표는 "당시 노트의 배경을 두고 도시 보다는 전통건물을 배경으로 디자인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만든 제품이었는데 의도와 달리 일이 커져버렸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상황에 빠져들게 된 셈이다.
허 대표가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실수를 인정하고 제품을 전량 회수해 소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국 직영점과 대리점에 제품 '수거령'이 떨어졌다. 1시간 반이 채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일사분란하게 진행됐다. 당시 소각된 닌자노트 물량만 4만여개에 이를 정도였다.
허 대표는 "모닝글로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역사 문제가 얽힐 경우 회사 이미지에도 치명적”이라며 "변명도 필요 없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비록 손실은 만만치 않았지만 당시 일을 계기로 모닝글로리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더욱 올라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모닝글로리는 산업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수퍼브랜드' 사무·문구 팬시용품 부문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가격은 다소 비싸도 품질이 뛰어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모닝글로리 역시 문구업계 판도 변화를 비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IT기기들이 발달하면서 문구제품의 수요가 점차 줄고 있는 것이다. 허 대표는 "기존 문구 중심 기업에서 이제는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판매하는 회사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변화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하면서 모닝글로리는 약 5년여 전부터 우산과 실내화, 슬리퍼, 담요, 핫팩 등 생활용품으로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생활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액 대비 20%가 넘어설 정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백팩과 노트북 가방 등 각종 가방제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허 대표는 "기존 브랜드 제품보다 가격을 대폭 낮춘 제품으로 가방 수요가 높은 대학가 인근 대형 직영점 등을 중심으로 판매할 것”이라며 "특히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들의 가방 제작 동기, 사인을 새긴 태그를 부착하는 등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강조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자체 캐릭터를 입힌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본격적인 캐릭터 문구사업에도 뛰어든다. 사슴, 양, 물개 등의 동물로 변신하는 캐릭터(가칭 뭉스) 스프링 노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