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환 회장이 부산 본사에서 그린조이의 성장 스토리와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골프의류 전문기업인 그린조이 최순환 회장(65)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등산복 등 아웃도어의 무서운 상승세에 일부 골프웨어 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하는 등 골프웨어 업계는 최근 몇년 새 비상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린조이는 고기능성, 고품질, 트렌디한 컬러, 젊은 디자인, 합리적 가격 등 '5박자'를 내세워 골프의류 2위로 도약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 그린조이는 올초 창립 39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매출 1조원, 골프웨어 브랜드 가치 1위, 세계적 명품 브랜드화, 서브 브랜드 출시 등 4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한 자신감에 대해 최 회장은 "오랜 기간 백만명에 달하는 고객, 145개의 협력사와 쌓은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40년 가까이 한 번도 어음을 쓴 적이 없고, 협력사와 수평적 관계를 해 온 결과”라고 했다.
"지난 40여년 간 의류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 큰 위기를 겪었어요. 그래도 그걸 모두 극복하고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언제나 상대방 입장에서, 즉 고객의 입장에서, 협력사의 입장에서 일하는 겁니다. 그러면 절대로 품질이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고객도 차츰차츰 늘어납니다.”
최 회장이 27세 때 부산에서 재봉틀 서너 대로 시작한 옷(내의) 장사에서 전국 매장 180개를 운영하는 대한민국 중견 패션기업으로 크기까지는 꼬박 39년이 걸렸다. 바닥부터 일궈온 사업이니 악착같이 욕심 낼 법도 한데, 그는 브랜드 이름대로 "옷을 입는 사람, 옷을 파는 사람, 옷을 만드는 사람 모두가 즐겁다면 그한만 성공이 어디 있겠느냐”고 호탕하게 반문한다.
1980년 내의 제조를 접고 캐주얼 티셔츠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미국 월마트 방식의 '직영판매'를 했는데 마침 교복자율화가 되면서 불티나게 팔렸다. 그는 '정직한 품질, 정직한 가격'을 내세웠다. 주변에서 세일 경쟁이 붙어도 그는 나홀로 정찰제 판매를 했다. 당시 파격이었다. 고객들도 '야박하다'면서 그린조이에 거부감을 표했다. 하지만 점차 좋은 물건을 중간 마진 없이 양심적으로 파는 회사라는 소문이 났다. 의류업은 유통이 중요한데 그린조이는 초기부터 직영 체제를 갖춰 안정적 판로를 확보한 것.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글로벌 기업과 8년간 '특허 분쟁'을 치르게 된다. 최 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였다”고 했다.미국 골프화 전문업체인 '풋조이'의 상품 라인 중 하나도 '그린조이'였던 것. 대표 브랜드도 아닌 미미한 명칭이었지만 미국의 세계 1위 브랜드와 부산의 작은 의류업체가 상표권 특허 분쟁을 벌였으니 게임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대법원까지 가서도 졌지만, 포기 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 덕에 결국은 이겼다. 다윗이
이 뼈아픈 경험을 통해 최 회장은 상표권의 중요성을 배우게 됐다. 그래서 아직 내수 대비 수출은 미미한 단계인데도 미국, 독일, 중국 등 해외 7개국에 '그린조이' 상표권을 등록해놨다. 머지 않아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다.
[부산 = 민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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