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첫 해외출장지로 미국을 택했다. 미국 출장을 통해 정 회장은 “품질과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신차를 앞세워 경쟁사들의 도전을 정면돌파하자”는 특명을 내릴 방침이다.
24일 현대차는 “정 회장이 이날부터 4박5일간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한다”며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법인과 생산법인을 방문해 현지 전략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찾아 공사 현황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이 올해 첫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미국 자동차 판매는 확실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데다 자동차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가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1년 8.9%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를 제외하곤 눈에 띄는 신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유로 및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경쟁업체들 대비 가격경쟁력을 되찾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대기아차가 생산하지 않는 픽업트럭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 회장은 현지 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품질과 상품성을 무기로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품질을 더욱 개선해 경쟁사를 압도하는 한편 올해부터 본격 판매되는 신형 쏘렌토와 신형 아반떼, 신형 K5 등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먼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및 기아차 조지아 공장 방문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에서 생산을 시작한 신형 쏘렌토의 양산 품질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올 하반기 생산 예정인 신형 K5와 신형 아반떼의 철저한 생산 준비 및 품질 확보를 독려할 예정이다. 신차 품질 안정화를 위해 협력사들의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힘써달라고도 당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마땅한 신차가 없어 고전했던 만큼 올해는 미국 시장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차를 활용해 경쟁사들을 압도하자는 지시도 내린다. 정 회장은 “올 하반기 미국 출시 예정인 신형 투싼ix 등 상품성 있는 신차를 활용해 미국 SUV 시장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고 승용차 시장에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전략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자”며 “혁신적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을 토대로 미국 자동차 시장 성장률을 앞서는 판매 성장률을 달성하자”고 독려할 예정이다.
미주 지역의 새로운 자동차 생산기지로 각광받고 있는 멕시코도 방문해 몬테레이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 건립 현황을 점검한다.
최근 도요타가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에서의 생산량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자동차를 생산한 뒤 가까운 미국과 남미에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업체에 맞서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멕시코 공장을 가동해야한다”며 “정 회장의 멕시코 방문도 이같은 취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중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로 시장 변화를 주도한 바 있다. 현대차는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99년 ‘10년 10만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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