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경제가 들썩이면서 한국의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 전체 수출액의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신흥국으로 수출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어서다.
30일 통계청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1∼2월 한국의 대(對) 신흥국 수출액은 366억7천594만달러로 지난해 1∼2월의 390억9천854만달러보다 6.2% 감소했다.
신흥국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필리핀, 멕시코 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분류한 18곳이다.
같은 기간에 전체 수출액은 884만7천136만달러에서 866만5천494만달러로 줄어 감소폭은 2.1% 수준이었다.
신흥국 수출액 감소 폭이 전체 수출액 감소 폭의 3배에 달한 것이다.
2013년과 2014년 연간으로 비교해도 신흥국 수출 실적은 신통치 않다.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지난 2013년 5천559억6천324만달러에서 2014년 5천726억6천460만달러로 1년새 2.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흥국 수출액은 2천523억2천105만달러에서 2천513억5천937만달러로 0.4% 감소했다.
베네수엘라(-46.7%)와 아르헨티나(-29.9%), 리비아(-16.1%), 칠레(-15.3%) 등 일부 국가는 수출액 감소율이 두자릿수에 달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줄고 있다. 전체 수출액 중 신흥국 수출액의 비율은 2013년 45.1%에서 2014년 43.9%로 1.2%포인트 하락했다.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이처럼 맥을 못 춘 것은 미국 금리 인상이 연내로 예고되면서 경제 체력이 허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외환위기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신흥국들은 수입 여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저유가가 겹치면서 자원 수출에 크게 의존해온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은 사정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
저유가 영향으로 한국은 신흥국뿐 아니라 산유국으로의 수출에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15개 석유수출국으로의 올해 1∼2월 수출액 실적은 76억6천97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억2천508만달러보다 4.4% 감소했다.
2013년(493억5천589만달러)과 2014년(488억749만달러)을 비교해도 산유국 수출액은 1.1% 줄었다.
이처럼 신흥국과 산유국으로의 수출이 눈에 띄게 줄면서 가뜩이나 엔저(円低) 때문에 먹구름이 낀 올해 한국 수출 전망은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신흥국의 경제 혼란이 더 커져 한국의 수출이 받는 타격은 확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국제 금융시장 흐름 등으로 볼 때 당분간은 한국의 수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라며 “저유가와 신흥국 위기 등이 겹쳐 작년에는 2%였던 수출 증가율이 올해는 1%대를 방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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