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을 때 쏟아지는 눈물을 억누르며 세월호 가족들 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고려대 안산병원 의료진들이다. 차상훈 병원장(58)은 “그 동안 지역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나눠왔던 의료진들은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을 바라본 부모 마음 못지 않게 슬펐다”며 “지난 1년간 몸에 난 상처는 치료됐지만 아직도 마음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대 안산병원은 최근 ‘4.16 세월호 침몰사고 백서’를 내놓고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범국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고려대 안산병원이 이달 6일 개원 30주년을 맞이한다. 1985년 5월 공업도시로 한창 개발중이던 안산에 문을 열었던 고려대 안산병원은 안산시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개원당시 안산은 인구가 9만 6000여명으로 농어촌 복합지역에 공단 배후 도시로 자체적인 도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인구 76만명, 인근 시흥시까지 포함한 안산시 생활권 인구는 100만명이상의 대형도시로 급성장했다. 특히 76개국 출신의 외국인 7만명이 몰려사는 다문화도시로 ‘미래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개원하자 마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젊은 도시답게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안산병원은 1987년 간호사 기숙사로 사용하던 병원 2층을 개보수해 50병상을 증설했고, 금정-안산 수도권 전철이 개통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1988년 병상을 300병상 규모로 늘렸다. 1998년에는 신축본관을 준공해 재활의학과·흉부외과·성형외과·병리과·응급의학과 등을 새롭게 개소하고 600병상 규모의 증축을 이뤄냈다. 2012년 1월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어 지역 최상위 의료기관으로 승격됐지만 인구 100만명을 웃도는 안산·시흥 지역주민들의 의료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공간이 여전히 부족했다. 결국 지난해 4월 기존 지상 9개 층으로 구성된 본관건물에 3개 층을 증축해 830병상규모를 갖췄다. 경기 서남부를 대표하는 유일한 대학종합병원으로 뿌리를 내렸다.
차상훈 원장은 “고려대 안산병원 개원은 의료취약 지역에 병원을 설립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고대의 열정과 도전의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며 “지난 30년간 그래왔듯이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상생하는 초일류병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고대 안산병원 개원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병원 신축과 의료장비 도입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 필요했지만 돈이 없어 독일 서독재건은행(KFW)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재원을 마련했다.
고대 안산병원은 개원때부터 산업재해와 사고가 빈번한 지역환경에 걸맞은 직업환경의학센터, 재활의학센터, 응급의료센터를 특성화하여 ‘지역거점병원’을 자처했다. 반월·시화공단을 비롯해 수인산업도로와 외곽순환도로,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요충지를 끼고 있어 고대 안산병원의 특성화전략은 딱 맞아떨어졌다. 2011년 4월에는 복지부에 의해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 센터로도 선정되어 응급의료센터, 내·외과 중환자실과 더불어 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최근에는 내·외과 협진을 통한 진단과 치료, 전문성 높은 암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암치료 등 맞춤형 진료를 실시해 암환자들에게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암센터를 개소해 ‘진단-검사-치료-재활 원스톱서비스’, ‘다학제 통합진료’ 등 암환자를 위한 집중·통합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손길수 암센터장(외과학교실 교수)는 “진단에서 치료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환자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원스톱서비스를 통해 환자맞춤진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 암센터의 강점”라고 설명했다.
심혈관센터는 24시간 대비체계를 갖추고 환자가 내원한 당일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고, 관상동맥조영술이 필요한 협심증 환자는 당일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환자는 골든타임(90분)내에 치료를 할 수있게 응급 심혈관촬영 등 논스톱 응급치료시스템을 통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응급 처치를 실시하고 있다.
장기이식센터는 간, 신장, 심장 등 다양한 이식수술에 성공해 만성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최근엔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간 이식도 성공한 바 있으며, 체계적인 협진을 통해 심폐 동시 이식도 진행하고 있다.
최병민 진료부원장은 “고대 안산병원은 최근 암센터, 무균병동, 뇌혈관·뇌졸중 집중치료실 개소와 심혈관센터, 소화기센터 리모델링 등을 비롯해 앞으로도 질환별 전문센터화와 외래재배치를 진행해 왔다”며“앞으로도‘지역거점병원’으로서 최상의 진료환경을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2005년 의과학연구소 개소를 시작으로 인체유래물은행, 통합임상시험센터, 인간유전체연구소, 난치성질환중개연구소, 노인건강연구소, 단원재난의학센터, 통일한국 보건의학 연구소, 첨단임상의료장비와 실험동물시설 등의 풍부한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인천보호관찰소, 한국산업기술대 등 지역 산ㆍ학ㆍ연과의 MOU체결을 통해 신약후보물질 개발, 융복합 연구 및 영상진단기기, S/W연구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단원재난의학센터는 세월호 참사처럼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적 의료 및 대응체계 관리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재난의학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승훈 연구부원장은“임상진료와 기초 및 임상연구를 함께 진행할 수 있는‘혁신형 첨단임상진료센터’와 다기관협력 연구를 위한 산ㆍ학ㆍ연ㆍ병 벤처 및 융합연구 플랫폼인‘산ㆍ학ㆍ연ㆍ병 융합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지역 클러스터 기반의 연구혁신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대 안산병원은 개원 30주년을 맞이해 교직원들만이 아닌 환자,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15일 미혼남녀들의 인연을 만들어주는 선남선녀 만남의 장 ‘솔로(Solo) 선남선녀! 커플(Couple) 백년해로!’를 실시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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