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업체들도 잘 안다.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등산용’으로만 활용 가능한 의류와 신발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래서 일상생활에 입어도 충분히 기능적 측면에서 만족스럽고, 디자인적으로도 촌스럽지 않으며, 산행이 아닌 가벼운 산책과 러닝에도 적합한 옷과 신발이 많이 나왔다. 습기는 잘 빨아들이고 빠르게 마르게 하는 ‘흡습속건’ 기능은 기본이다. 대체로 왠만한 상위 아웃도어 업체의 의류와 신발은 어느 정도 흡습속건의 기능을 갖춰서 나왔다. 겨울철 패딩이나 재킷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접근하기도 쉽다.
올해는 특히 티셔츠엔 메쉬 소재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겨드랑이 뿐 아니라 등판 전체에 들어가면서도 안이 비치지 않게 하는 제품들이 많이 나왔다. K2의 쿨360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티셔츠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장치를 한 옷도 있다. 아이더의 ‘케이네온2 라운드티’의 경우 티셔츠 안쪽에 ‘버추얼 아이스큐브’를 프린트해 일정 온도 이상이 되면 땀과 수분에 반응, 냉감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했다.
그런가하면 디자인 측면에선 여전히 ‘놈코어(NormCore)’를 유지했다. 놈코어란 튀지 않고 평범한 듯한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아웃도어에도 이같은 ‘놈코어’ 바람이 분지 오래다. 그렇다고 여름철에 무채색 계열로만 도배할 순 없는 일, 이 때문에 단정한 피케셔츠 디자인을 채택하고, 여러가지 색을 섞지 않고 한두가지 색으로 깔끔하게 배열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네파의 ‘인티모 스트라이프 폴로티셔츠’가 대표적이다.
신발이나 액세서리에서도 ‘시원함’은 단연 여름철의 최대 화두다. 일단 가벼워야 한다. 무거운 신발은 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그냥 더운 느낌이다. 딱 맞는, 하지만 무게가 최대한 가벼운 워킹화와 등산화가 속속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서 메쉬소재 등 시원한 소재를 최대한 넣어 답답함을 줄이는 동시에 발에서 나는 땀 배출을 자유롭게 했다. 아쿠아슈즈도 아웃도어브랜드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 필수품인 아쿠아슈즈는 저렴한 보급형을 사서 신는 경우가 많은데, 저렴한 것을 사서 신더라도 외부 충격과 마찰에서 발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것인지를 따져서 고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계곡에 신고갔을때 뾰족한 돌에 찔려서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의류나 신발도 그렇지만 만약 여름철 등산을 즐기는 당신이라면 배낭과 같은 액세서리도 신경쓸 필요가 있다. 여름철 메고 다니는 배낭은 가뜩이나 땀이 잘 차는 등을 불쾌하게 만들고, 아무리 좋은 티셔츠 소재라도 배낭과 겹쳐지면서 찝찝함을 느끼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배낭도 여름철엔 등판이 좀 더 시원한 것을 고르면 편하다. 밀레의 경우 ‘에르고 라이트’(ERGO LITE)를 둥판에 적용했는데, 이는 등에 밀착되는 부위와 닿지 않는 부위 사이에 공기채널을 형성해 땀차는 현상을 최대한 줄인다.
최대한 가볍게, 최대한 시원한 냉감소재로, 땀을 덜나게 하면서도 이왕 나는 땀은 쉽게 배출하게 해주는 의류와 신발, 각종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여름철 나도 모르게 무거워지는 몸을 움직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듯하다. 이런 소재의 의류들은 세탁기에 넣어 쉽게 세탁이 가능하고, 반나절이면 금방 마르기 때문에 편리한 측면도 있다. 일부 기능성 신발을 제외하면 대체로 10만원 미만 가격에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웃도어같지 않은 아웃도어’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되, 그러면서도 조금은 더 화사한 색감을 구현하려는 업체들의 노력은 뛰고, 걷는 걸 일상화하고 있는 젊은층의 눈길도 잡아끌만하다.
[기획취재팀 = 박인혜(팀장)·이새봄·장영석·조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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