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았다.” 지난달 중순 베트남 닌투언성(省) 땀응언2 마을에선 농민들의 쾌재가 울려퍼졌다.
이 지역 농민과 CJ 베트남 법인,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직원들이 지난 1년간 연구·경작한 끝에 한국산 고추 품종의 베트남 현지 재배에 성공한 것이다. 3모작을 펼치는 베트남에서 국내 총 17종의 고추 품종을 지난 1년간 재배해온 CJ 직원들과 마을 농민들은 세 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 베트남 땅과 기후에서도 자랄 수 있는 한국산 고추 1종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2012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베트남 현지에서 경영회의를 열어 이 지역을 중국에 이은 ‘제3의 CJ’로 만들자고 선언했다. 현재 CJ는 베트남 내 CJ CGV, 뚜레쥬르, CJ오쇼핑사업을 통해 각각 극장, 외식 베이커리, TV홈쇼핑 분야 현지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베트남에서 CJ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진 곳은 따로 있다. 바로 대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이다. 지난해부터 CJ그룹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 닌투언성(省) 지역 농가에 소득 증대와 자생력 강화를 위한 이른바 ‘새마을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CJ가 글로벌 차원에서 사회공헌활동(CSV)을 벌이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는다.
CJ가 1년째 벌이고 있는 베트남 농가 지원 사업 핵심은 고추 경작이다. ‘땡초고추’ ‘월남고추’라고 불리는 현지 고추와 달리 한국산 고추 품종을 베트남에서도 재배해 이 지역 먹거리 증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토지가 넓은 대신 경작 효율이 낮아 수익이 많지 않은 베트남 농가에선 한국 고추 품종 경작을 통해 베트남 내 한국음식 시장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 시작 초기 닌투언성 2개 농가를 통해 총 17종의 고추를 시범 재배해온 CJ는 최근 베트남 경작 환경에 가장 알맞은 고추 1종을 선정해 이를 재배할 농가도 10여 개 이상으로 확대 모집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국내 중소 영농기업이 테스트 삼아 개발한 고추 품종 하나가 베트남 현지에서도 잘 육종돼 이를 전격 키워보기로 했다”며 “별도의 35종 고추 품종도 최근부터 시범 재배에 들어갔기 때문에 올해 안에 최종 재배 종자로 확정될 고추 품종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에서 한국 고추가 유망 품종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관계자는 “맵고 알싸하기만 한 베트남 현지 고추와 달리 한국 고추는 더욱 깊고 구수한 맛을 내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데도 충분히 일조할 수 있다”며 “현지인들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CJ는 새로 개발한 고추 품종을 생고추뿐 아니라 고춧가루와 고추장 형태 식품으로 개발해 현지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여기서 나온 수익 일정 비율은 베트남 마을 발전기금으로 환원돼 낙후된 인프라스트럭처 개선에 사용될 계획이다. 현재 CJ는 고추 품종 개발과 함께 닌투언성 마을회관과 유치원 리모델링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초등학교 환경 개선과 수도관 연결, 관개 용수로 개선 등의 작업도 진행한다.
베트남 농업부는 닌투언성 사업 추진 결과에 따라 이같은 상생 모델을 베트남 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CJ는 다른 농산물 품종 개발 사업도 베트남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닌투언성 외에 럼동성 등에서도 과일류와 채소류 산지를 개발해 여기서 나온 상품을 보관·포장할 수 있는 시설을 건립할 방침이다.
트란 탄 남 베트남 농업부 차관은 최근 CJ를 통해 “한국이 농촌개발 과정에서 새마을운동으로 보여준 성과에 대해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CJ그룹처럼 베트남 국민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기업은 드물다”고 전해 왔다.
무엇보다 CJ는 베트남 새마을운동을 통해 향후 이 지역 식품
[서진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