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브랜드를 다시 살리려는 제약사들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의약품을 직접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과거 한번 쯤 복용해 봤던 약이 새로운 약 보다 오히려 신뢰감을 주는 최고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전문의약품에 대한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약가 영향을 받지 않는 일반의약품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가 일반의약품을 통해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판매를 늘려 불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일양약품은 50여년간 소화위장약 대표 품목인 노루모내복액 포장을 바꿔 아버지세대와 젊은 층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노루모는 1957년 발매돼 한국인의 소화위장약으로 자리 잡은 제품으로 제산제, 소화효소제, 건위생약제 등을 배합해 과다한 위산을 중화시키고 속쓰림을 제거한다. 위장을 보호해 위통을 줄여주고 구역·구토에 좋을 뿐 아니라 과음·과식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에도 효과적이다. 젊은 층 겨냥을 위해 병 모양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특징이다.
부광약품은 한 때 가장 유명한 감기약 중 하나였던 ‘코리투살’을 지난해 10월 다시 내놓은 데 이어 조만간 신제품을 더 발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리투살 시리즈 3개 품목을 신규 허가받았다. ‘코리투살에스노즈연질캡슐’,‘코리투살에스콜드연질캡슐’, ‘코리투살에스코프연질캡슐’ 등이다. 지난해 8월 감기약 4종을 허가 받은 후 시럽제에 이어 연질캡슐 제품으로 코리투살 라인을 보강한 전략이다. 코리투살은 1990년대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부광약품 대표 감기약이었으나 의약분업 이후 일반약 시장이 침체되면서 생산이 중단됐다. JW중외제약도 지난해 종합감기약 대표 브랜드인 ‘화콜’을 리뉴얼 출시했다. 화콜은 지난 1990년 출시돼 20여년간 감기약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JW중외제약의 대표 일반의약품이다.
이밖에도 한국다케다제약은 종합감기약 ‘화이투벤’ 출시 30주년을 맞아 성분을 강화하고 제형을 다양화해 제품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또 신신제약은 바르는 파스약의 원조 격인 ‘물파스에스’를 ‘물파스센스’로 바꿔 새로 선보였다.
향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다양한 리뉴얼 제품들이 있다. 보령제약은 올해 발매 40주년을 맞는 겔포스와 용각산 등 대표적인 제품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동화약품은 올 상반기 기존에 까스활명수 브랜드를 살린 ‘여성용 활명수’를 출시할 예정이다. 활명수 라인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발매되는 이 제품은 말린 매실 성분인 ‘오매’를 앞세워 여성 소비층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활명수 외에도 판콜에스, 후시딘 등 지명도가 높은 일반의약품을 리뉴얼해 일반의약품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아제약은 건강·피로회복 음료 시장의 대표주자인 박카스 성분을 보강한 1000원대 ‘프리미엄 박카스’ 발매를 추진하고 있다. 프리미엄 박카스는 기존 박카스 성분을 강화하고 여기에 새로운 성분을 보강한 드링크로 개발될 예정이며, 박카스 D와 함께 약국을 중점 유통채널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독은 ‘케토톱’ 브랜드 전용 생산시설을 확정짓고, 상반기 중 착공에 들어간다. 라인업 확장도 결정했다. 한독은 케토톱 브랜드를 살리고 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곧 회사 이미지로 직결되기 때문에 추억의 약을 통해 소비자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제약사는 브랜드 가치도 함께 제고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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