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2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하고 본격적인 경영행보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삼성의 방산·화학 계열사 4곳 인수, 이라크 신도시 추가 공사 수주,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등의 굵직한 경영성과를 일궈냈다. 지난해 2월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건강악화와 이미지 문제 등으로 그동안 대외활동은 자제해온 김 회장이 이날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 행보를 재개했다. 이날 행사 참석은 출감 이후 처음 참여하는 그룹외부 공식 행사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참여한 이벤트기 때문에 ‘사법처리 받은 기업인’ 굴레를 벗어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앞으로 더욱 자신감을 갖고 폭넓은 경영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2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김 회장은 얼굴이 다소 부어있는 등 아직 완전히 건강이 회복되진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의욕적인 모습으로 박 대통령과 주요 참석자들에게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과 충청지역 투자계획,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바로 옆에서 밀착해 안내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장충초등학교 동기 동창이다.
재계에선 김 회장이 그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하면서도 굵직한 사업 성과를 내온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여왔다면 이번 공식 대외 활동 재개를 계기로 앞으로는 ‘동중동(動中動)’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 방산·화학 계열 4개사 인수와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 확대, 재계 순위 상승(10위에서 9위로) 등을 기폭제로 좀더 과감한 경영 활동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그간 수감생활로 악화된 건강을 챙기며 외부활동은 최소화해왔다. 서울 장교동 그룹 본사에도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 정도만 출근해왔다.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경기장을 찾아 국가대표로 활약한 3남 동선씨 경기 장면을 직접 관람하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활동이었다. 하지만 최근부터 조금씩 사내 행사에 참석하면서 서서히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엔 한화생명 2015 연도상 시상식에 참석해 “한화생명이 위대한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하자”며 직원들 노고를 치하했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 광어회 600인분을 가져가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김 회장은 대외활동을 자제한 중에도 한화는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사시켜며 그룹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삼성과 방산·화학 계열 4개사 빅딜을 발표했고 지난달부터 다음달까지 이들 기업 인수를 순차적으로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 인수를 통한 방산 부문 강화로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만들겠다는 꿈 실현에 한발 다가섰다. 장기적으로는 KAI(한국항공우주) 인수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화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 인수로 LG화학을 제치고 석유화학 업계 1위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지난달에는 미국 2위 발전기업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태양광 업계 최대 규모인 1조원대 태양광 셀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달에는 한화건설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서 21억2000만달러 어치 추가 공사 수주에도 성공했다. 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누적 수주액만 100억달러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이번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참석으로 그룹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반도체·자동차·조선업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할 미래산업”이라며 “당장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밀고나가자”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이같은 김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외부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빅딜 4개사 인수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태양광 사업 등 신성장동력 사업을 직접 챙기는 등 한층 더 왕성한 경영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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