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보기에는 통신 3사 요금제가 비슷비슷해 담합처럼 보일 수 있죠. 이게 다 ‘요금 인가제’ 때문입니다.”
2년전 SKT는 이전까지 없었던 획기적인 서비스인 ‘T끼리 요금제’를 출시했다. 가족이 모두 가입자라면 가족끼리 음성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이다. 하지만 가족간 통신비를 줄이는 요금제인데도 심의 기간에만 2~3개월 가량 소요됐다.
SKT가 출시한지 열흘 후에 KT가 유선 무제한 혜택을 포함한 ‘모두다올레’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LTE음성 무한자유’ 요금제를 곧바로 내놨다. SKT 관계자는 “요금 인가제는 후발업체가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제도”라며 “소비자만 새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손해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통신요금 인하경쟁을 막으며 가격 서비스를 왜곡시켰던 ‘요금 인가제’가 24년만에 폐지된다. 통신사간 가격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켜 가계 통신비 부담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미래부와 새누리당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당정협의에서 통신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 관계자는 “요금인가제는 폐지하되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중”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유보신고제와 약관변경 명령 도입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보신고제’는 신고된 요금제에 대해 2주간 공시기간 후 요금제가 자동 시행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2주 동안 규제당국이나 경쟁 사업자 등이 요금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약관변경 명령 도입’은 미래부에 통신사의 약관을 변경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이다. 과다 규제라며 업계 반발이 거센 제도여서 약관변경 명령이 도입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요금 인가제는 1991년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현재 무선시장에서는 SK텔레콤, 유선시장에서는 KT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낮추는 등 새 요금제를 출시할 때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인가제는 시장 질서를 왜곡한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몇차례 폐지 방안이 검토됐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소비자의 통신요금 인하보다 1위 사업자의 독과점이 더 우려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된 통신시장 상황으로 인해 인가제 폐지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1위 업체인 SKT는 지난 2월 가입자 점유율이 13년만에 50% 벽이 무너진데 이어 3월에는 하락폭이 더 커졌다. 반면 경쟁이 치열한 LTE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3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미래부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도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최근 통신시장이 급변하고 있다”며 “인가제가 폐지되더라도 1위 사업자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등의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SKT는 요금 인가제가 폐지되면 기존 2~3개월 걸리던 새 요금제 출시기간이 2주로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후발주자들이 서비스 경쟁을 회피하기 위한 ‘선발업체 따라하기식’ 요금제 출시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통신 3사가 각자의 전략에 맞춰 요금인하 경쟁을 벌여 소비자 선택권이
다만 후발업체들은 인가제를 폐지하더라도 SKT의 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충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유보신고제 외에 사후 규제로 약관변경 명령권도 반드시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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