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불황이 소비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경기가 좋지 않을때 무조건 소비를 줄였지만, 이제는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는 유지하면도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여성들 명품백이다. 불황일 때 여성들이 가라앉은 기분을 띄우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입는다는 이른바 ‘미니스커트 효과’ 대신에 ‘미니백 효과’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 기존 작은 가방보다 더 작은 그야말로 ‘미니 사이즈’ 핸드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기를 위한 ‘가치 소비’를 포기하지 않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는 적은 금액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려는 욕구에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같은 디자인이라도 미니백은 라지사이즈나 스몰사이즈 백보다 최대 50% 가량 저렴하다. 업체들도 이같은 트렌드에 발맞춰 전에 없던 미니사이즈 백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24일 명품 수입업체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럭셔리브랜드 셀린느 지방시 마르니 등에서 ‘미니백’ 국내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두배 이상 늘어났다. 불황에도 ‘완판’ 수준의 호응을 얻은 미니백도 더러 있다. 셀린느의 ‘트리오백’은 지난해보다 국내 수입량을 180%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전 색상과 사이즈 제품이 매진됐다. 세개 작은 가방을 붙여놓은 독특한 형태의 이 가방은 작긴 해도 수납성이 좋은데다, 가격도 셀린느 일반 핸드백 절반 수준인 120만~140만원선이어서 소비자들 반응이 뜨거웠다.
‘완판백’으로 유명한 마르니의 ‘트렁크백’은 이번 F·W(가을·겨울) 시즌을 겨냥해 미니사이즈를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300만원이 훌쩍 넘는 라지사이즈나 230만원대인 스몰사이즈에 비해 상대적으로는 저렴한 189만원에 내놓은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신세계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스몰백이 워낙 인기가 있어 올해 F·W시즌 처음으로 더 작은 미니사이즈를 출시했는데 구하지 못해 난리”라면서 “가격 메리트에 휴대성이 좋은 게 인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레저를 즐기는 방식도 바뀌고 있다. 돈 들여 먼 곳으로 피서를 떠나는 대신 집이나 집 앞 공원 등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베란다 캠핑’ 등 이른바 홈 바캉스가 인기를 끌고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 최근 한달간 여름 휴가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팝업텐트 사이드테이블 파라솔 야전침대 등 베란다 캠핑용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평평한 장소에 던지기만 하면 텐트 모양대로 쉽게 펴지는 ‘팝업 텐트’는 매출이 전년대비 146% 급증했다. 집안 거실에 특별한 장치없이 가볍게 펴놓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캠핑 분위기를 선사할 수 있어 인기라는 분석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캠핑 기분을 낼 수 있는 미니 사이드테이블(177%) ,파라솔(56%), 야전침대(35%), 돗자리(10%)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뜰에 작은 정원이 있는 가구는 야외벤치나 정원그네 등으로 기분을 내고, 튜브풀 등을 설치해 가족끼리 물놀이를 즐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G마켓에서 야외벤치 판매는 273
[박인혜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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