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필터류를 생산하는 상장기업 A사는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관련 인증이 없어 해외 수출길이 막혔다. 인증취득을 놓고 담당기관과 1년이 넘도록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A사는 지난 2013년 머리에 착용하는 기존 두건 형태를 개선한 화재 대피용 마스크를 선보였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코를 막고 입으로 유입되는 일산화탄소 같은 유해가스를 필터로 걸러줘 화재 현장을 빠져나올 수 있는 구조의 ‘마우스피스형’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제품 출시 이후 삼성전기, 순천향대학교병원, GS건설, 제2롯데월드에 납품하는 등 국내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관련 인증이 없어 수출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바이어들은 공신력 확보 차원에서 인증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가기술표준원(KS인증),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인증) 등 인증 관리 기관에서는 ‘두건형 제품’이 아니라 인증을 내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품은 방재용 품목이 아닌 일반 공산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유럽만 하더라도 특정 제품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상품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5년간 30억원을 투입해 제품을 만들었지만 관련 인증을 받지 못하면서 날려버린 수출물량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 업체는 인증 취득을 포기했다.
인증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제품으로 인증을 취득하려면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직접 만들어 건의하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화재 발생 때 가스를 막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적인 화염에 대한 안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두건형이라는 문구를 넣은 것”이라며 “건의를 통해 신제품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용기기 제조 업계에서는 인증을 해묵은 규제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산 이미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의료기기로 뭉뚱그려 묶여버리면서 홈쇼핑 등에서는 판매조차 되지 않는 있는 상황이다. 미용기기에 맞는 별도의 인증체계가 없어 활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미용기기를 만드는 중소기업 B 대표는 “이미용기기가 의료기기 품목으로 묶이면서 제조·판매하려면 각각 관련 인증을 받아야하는 상황으로 제품 디자인 또한 의료기기 규격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투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홈쇼핑에서 미용기기를 판매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의료기기 전문 판매점에서 제품을 팔고 있는 상황인데 그런 곳에서 누가 제품을 사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중소기업 30% 이상이 인증 취득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일부업체는 인증을 포기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옴부즈만실과 공동으로 51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인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증 취득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응답이 30.7%, 낮다는 응답은 19.2%로 조사됐다. 부담의 원인으로는 인증취득 비용(44.3%), 까다로운 절차(35.0%), 오랜 기간(31.6%), 기준(31.0%), 중복인증(26.2%)이 꼽혔다.
16.5%의 기업은 인증 부담으로 최근 2년 내 인증취득을 실패하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득하지 못한 이유는 까다로운 인증취득 절차(29.8%)가 가장 많았고, 높은 인증기준(22.6%), 과도한 인증비용(13.1%) 순이었다.
이에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최근 방문조사를 통해 대표적
[진영태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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