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와 내수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매출성장에 대한 갈망이 매우 크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전년 대비 매출액 성장률 10%를 목표로 설정하고,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얼핏 보면 매출액 성장률 10%는 매우 명확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적을 주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조직 내 도전적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목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창조경영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매출성장률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매출성장률은 CEO의 역량과 상관 없이 조직의 신입사원도 설정할 수 있는 아주 수준 낮은 목표이다. 이런 목표를 설정하는 CEO가 있다면 해당 CEO는 자신이 조직에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매출성장률은 CEO가 설정한 창조적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이지 결코 조직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조직의 목표를 매출액으로 설정하는 순간 목표 달성을 위한 책임은 CEO보다는 부하직원들에게 돌아간다.
둘째, 매출성장률을 추구하는 조직은 작년까지 해오던 비즈니스를 올해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하겠다는 암묵적 가정을 포함하고 있다. 전년보다 10% 많은 매출액을 달성하기 위해서 이제까지 해 오던 일들을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조금 더 빨리 실행하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진정한 조직의 리더는 기존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혁신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셋째, 매출액을 무리하게 신장시키면 오히려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조직의 역량 대비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영업직원을 추가로 뽑아야 하고, 광고를 비롯한 마케팅 비용 역시 늘려야 한다, 이런 노력들은 조직의 고정비와 변동비를 확실하게 증가시키는 반면, 상응하는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으면 조직의 생산성은 오히려 전년 대비 낮아진다.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거나 비우량 고객과도 거래를 해야 한다.
넷째, 무리한 매출액 신장 목표는 리더와 구성원 간에 불필요한 업무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며, 조직에 대한 만족감을 저하시키며, 궁극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자긍심을 손상시킨다. 월말이나 분기말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모든 직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영업부서는 직원들에게 기피되거나, 혹은 육체적 노력이 오히려 중요한 하급 부서처럼 인식되기 쉽다.
진정한 리더는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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