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동남아 인도차이나의 젖줄 메콩강 경제권에 속한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등 5개국 정상이 줄줄이 일본 도쿄를 찾았다. 올해로 7번째를 맞는 메콩강 경제권 5개국과 일본 총리와의 4일 정상회담을 위해서다.
상반기에만 벌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4개국 정상이 일본을 찾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경제협력을 논의한 데 이어 하반기 시작하자마자 5개국 정상이 도쿄를 방문하는 것이다. 약 1300개의 일본 기업이 둥지를 튼 동남아 전초기지 태국의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올 들어 벌써 두 번째 일본 방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9년부터 시작된 메콩강 정상회담에서 매년 대대적인 지원 약속을 해온 터라 올해 회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 5월 중순 중국에 맞서 향후 5년간 아시아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 무려 110억달러(12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한 이후 일본과 동남아간 경제협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우방국을 넘어 거의 하나의 경제권처럼 나아갈 태세다.
아베 총리는 메콩강 정상회의가 열리는 4일에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별도로 회담을 갖고 미얀마 다웨이 경제특구 개발 프로젝트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3국 정상이 합의할 다웨이 특구는 면적이 2만헥타르(200㎢)로, 미얀마가 수도 양근 인근에 개발 중인 티라와 특구의 여덟 배로 동남아 최대 규모다.
특구 정비에만 약 8000억엔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태국, 미얀마와 특수목적회사(SPV)에 3분의 1씩 출자해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태국에 몰려있는 자국 기업들이 인도양에 접한 이 특구를 통하면 물류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태국 국경에서 특구까지 130km의 도로 정비도 맡을 예정이다. 이럴 경우 베트남 호치민에서 캄보디아 프롬펜을 거쳐 태국 방콕, 미얀마까지 이어지는 인도차이나 남부 경제권이 급속히 커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정부차원에서 인프라 정비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맞춰 기업들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에 맞서 일본이 동남아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민관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1일 히타치제작소의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시장은 미얀마를 방문해 테인 세인 대통령을 만나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로 GE나 지멘스 등 유럽 미국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동안 선제적으로 미얀마 투자에 뛰어든 히타치의 히가시하라 사장은 내년까지 미얀마에 데이터센터를 개설하고, IT연구거점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전력 철도 등 기본 인프라를 넘어 벌써부터 IT 인프라까지 장악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5월 미얀마의 철도 시스템을 수주하면서 장기적으로 미얀마 철도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준비를 마친 히타치는 얼마 전에는 미얀마 기업과 변전기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전력 철도 정보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경제발전 초기부터 투자해 5년 후에 사업규모를 지금의 5배인 300억엔까지 키우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동남아 인프라 투자의 선봉장에 서고 있는 것은 미쓰비시상사 미쓰이상사 등 대형 종합상사들이다. 동남아 전력 산업단지 등 산업기반시설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진출을 돕고 있다.
스미토모상사는 2018년 완공 목표로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있으며, 마루베니는 2020년까지 미얀마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을 진행중이다. 베트남의 경우 발전소 수주의 80% 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낮은 원가를 무기로 휩쓸어 왔다. 일본 기업들은 뛰어난 성능과 환경기술을 무기로 중국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미쓰비시상사 마루베니 스미토모상사는 미얀마 수도 인근 티라와 공업단지와 베트남 하노이 공업단지 등 산업단지를 대대적으로 신설 또는 증설해 나가고 있다. 이 곳에 산업단지를 만들어 공장시설을 임대하면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게 안보지원과 함께 대대적인 정부 투자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교 경제권이라 불릴 만큼 동남아에 확고한 경제 기반을 다져놓은 데다 AIIB를 통해 철도 발전 등 대대적 인프라 투자로 동남아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으로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후쿤(상하이~쿤밍)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쿤밍에서 라오스 태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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