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내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막아 왔다. 입점 제한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유통산업발전법’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방조례’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이 ‘지방조례’가 법령의 근거가 없다고 시정을 명령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위치해 있을 경우에만 등록제한 또는 조건부과가 가능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나, 일부 지자체는 보존구역 밖의 대규모 점포까지도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시정명령을 받은 95개 지자체 중 서울 강동구, 서울 강북구, 서울 용산구 등이 관련 조례를 개선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관련 규제가 개선될 경우 투자확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경제활성화 등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지방규제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이행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확정한 건축, 국토, 산업, 농업, 환경 등 지방규제 5대 분야 개선과제 4222건를 대상으로 중간점검을 한 결과, 전체의 40.8%인 1722건이 입법예고, 의회제출 또는 공포·시행 단계까지 진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자치단체별로 대구와 대전은 정비진행률이 이미 60%를 넘어선 반면 광주와 인천은 정비진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초단체별로는 대구 남구, 대전 중구, 대구 달서구가 정비진행률 100%를 기록하는 등 12개 지자체가 85%를 넘어서 상위 5%에 해당하는 S등급을 받았다. 반면 경북 칠곡군, 충북 옥천군, 서울 종로구, 광주 광산구 등 15개 지자체는 개선과제 관련 단 한건의 개정안도 입법예고하지 못했다.
국무조정실 강영철 규제조정실장은 “연말에 지자체의 규제정비 실적을 평가해서 지방보조금 지급 등에 분명한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하겠다”며 “또 규제정비 진척 상황을 주민들에게 공개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규제정비에 나서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건축, 국토 등 지방규제의 92.5%를 차지하는 11대 분야를 선정해 3단계에 걸쳐 정비 중이다. 정부는 1단계로 건축, 국토, 산업, 농업, 환경 등 5대 분야의 규제를, 2단계로 문화관광, 지방행정, 해양수산 분야 규제를, 3단계로 보건복지, 산림, 교통 분야 규제를 선정했다.
정부는 지난 두 달 동안 2단계 3대 분야에 대한 지방규제 조사를 벌여 1711건의 정비 대상 과제를 발굴했다. 상위 법령과 일치하지 않는 지방규제가 1348건으로 전체의 78.8%를 차지했고, 법령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가 296건 등이었다.
정부는 교통, 보건복지, 산림 등 3단계 분야의 규제개혁 대상 과제를 발굴하고 있으며, 9월까지 과제를 확정할 방침이다. 강 실장은 “아무리 중앙에서 규제 개혁을 강조해도 규제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실질적인 개혁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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