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섬은 설렘과 같다. 새 차를 만나기 전 설레는 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셈이다. 더욱이 낯선 사람을 만나 듯 새 차에게는 첫 인상이 중요하다. 5초면 딱이다.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연초 출시된 티볼리 가솔린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티볼리 디젤을 믿고 만나도 좋다. 첫인상은 티볼리 가솔린이 준 강렬함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심장이 바뀐 티볼리 디젤은 다시 태어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이크 응답성을 비롯한 기본기가 탄탄한데다 디젤 엔진의 소음까지 잡아냈다.
티볼리 디젤이 내는 엔진 소리는 소음이 아니다. 차라리 믿음이 가는 소리다. 시동을 거는 순간 운전자에게 흥분을 안겨주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슬리는 것도 아니다.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소리를 낸다는 얘기다.
사실 지금 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소형 SUV의 선택지는 많다. 하지만 멋지면서 동시에 질리지 않고 오래 탈만한 차를 꼽으라면 단연 티볼리 디젤이다. 가솔린 모델이 워낙 저렴하게 나와서 디젤 모델의 가격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차값은 2045만원에서 시작된다. 이 정도면 더 비싼 차를 갖고 싶은 생각도 안든다. 티볼리는 비싼 차로 뭔가 과시하려는 사람이 선택하는 차가 아니다. 남들 시선보다는 내 마음을 따라갈 줄 아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차니까.
◆ 브레이크 응답성은 단연 최고
쌍용자동차가 지난 6일 티볼리 디젤 출시를 앞두고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행사를 하는 데 다녀왔다.
인제 스피디움은 한국 최초의 자동차 테마파크이자 국내 4번째 공인 자동차 경주장이다. 트랙은 F1 대회를 제외한 모든 대회들을 유치할 수 있다. 특히 굴곡이 심한 서킷으로 유명하다.
시승은 3가지 코스에서 진행됐다. 내린천 계곡을 따라 꾸불꾸불한 국도길을 왕복 주행하는 일반 주행과 3.908㎞ 길이의 서킷을 도는 서킷 주행, 기본적인 주행 특성을 익힐 수 있도록 파일런으로 장애물을 만들어 통과하는 간단한 짐카나였다.
먼저 왕복 2차로의 내린천 계곡을 달렸다. 반대편 차선은 주로 건자재들을 싣고 달리는 대형 덤프트럭이거나 커다란 바퀴와 튜닝 서스펜션으로 차체를 한껏 높인 수입 SUV들 차지였다. 소형 체급의 티볼리지만 프로레슬러처럼 육중한 몸집의 차들이 다니는 길을 불편함 없이 달릴 수 있는 건 브레이크 덕분이다.
구불구불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좁은 2차로에서는 브레이크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여름철임을 감안하더라도 티볼리 디젤의 브레이크 초기 응답성은 놀라울 정도. 스마트 유압조정장치(HECU)로 전자제어브레이킹시스템을 구축, 최소제동거리 41.7m, 젖은 도로에서의 제동거리 44.1m로 제동 응답성이 좋아졌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여성 운전자가 발끝을 살짝만 대도 속도 제어가 가능할 정도니 전문 서킷 드라이버들이 티볼리 디젤의 브레이크를 두고 “브레이크 패드가 발냄새만 맡아도 설 정도”라 부르는 것도 이해가 간다. 1600cc 소형 SUV 티볼리 디젤을 타고 강원도의 국도를 잠시 달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차에 대한 믿음이 단단히 생긴다.
◆트랙에서 느껴지는 중저속 가속력
티볼리 디젤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중저속에서의 가속력이다. 악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응답이 아주 빠르다. 실제 주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1500~2500rpm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약 4㎞에 달하는 인제 서킷은 가속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구간이다. 시곡 100㎞~120km 사이로 달려보면 가속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꾸불꾸불한 길이 많고, 교통량 때문에 고속주행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적 주행 환경을 고려하면 저중속에서 드라이빙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파워트레인을 세팅한 것도 이해할만 하다.
엔진은 쌍용차가 자체 개발한 e-XDi160. 유럽연합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기준인 유로6을 충족시키며 최고 출력 115마력, 최대 토크 30.6㎏·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개발해 BMW나 도요타, 아우디에서도 사용하는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다.
트랙에서 급가속과 급저속을 두어차례 반복해보면 변속기의 부드러움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급가속 상황에서도 엔진 회전수는 충분히 낮고 차에 탄 사람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다. 실내는 마냥 차분하고 조용하기만 하다.
◆소형 SUV에서 느껴지는 운전의 잔재미
사실 쌍용차의 주력 무기는 렉스턴, 로디우스 등 비교적 크고 비싼 SUV를 위주였다. 덩치 큰 SUV를 만드는 곳에서 티볼리를 라인업에 끼워준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략적으로 볼때 판매대수와 공장가동률을 동시에 높여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이해했다. 하지만 티볼리 디젤과 강원도를 달려본 후 마음이 살짝 바뀌었다.
티볼리 디젤은 티볼리 가솔린과 달리 자연속에 녹아
[인제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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