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간 분쟁을 지켜보며 국제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두눈으로 목격한 우리 기업들에게 경영권 지키기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기업에서 언제든지 제2의 삼성-엘리엇 분쟁이나 SK-소비린 사태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단기 차익을 노린 벌처펀드의 공격에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에선 차등의결권제도 도입을 가장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 보통 1주에 1의결권이 부여되지만 차등의결권 주식은 1주당 복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설립자나 경영진들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며 장기적 목표에 따라 안정적으로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이 외국 벌처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대해 가장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구글, 나이키, 포드, 발렌베리 재단 등 글로벌 기업들 상당수가 이를 도입해 안정적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등의결권 제도의 한 종류로,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식보유기간별 차등의결권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식보유기간이 일정기간 지나야 의결권을 인정하고 보유기간에 따라 일정부분 의결권 차등을 두는 제도다. 투기자본이 특정시기에 갑자기 지분을 매집한 뒤 주주 권리를 요구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주명부 결산이나 임시주총 직전 주식을 사모은 후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운하며 본인 이익을 챙기는 투지자본을 오너나 장기투자자와 같은 범주에 넣고 같은 권리를 인정하는게 말이 되느냐”며 “주주명부 결산당시에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똑같이 대우하는 제도는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회사가 지배구조 변화와 사업조정 등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당시 주가가 펀더맨털과 큰 격차가 날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보유기간에 의결권을 연결시켜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보유했던 황금주(기업 주요 의사결정에 대
[이호승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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