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이 양립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2015 한미과학자대회(UKC)’에서는 ‘한국 기초과학이 나아갈 길’이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마련한 이 행사에서 재미 한인 과학자들은 “기초과학과 응용기술 개발이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서 한국 과학자들은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공동 학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에모리대와 조지아텍은 7년 전 바이오엔지니어링학과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에모리대 의대 기초과학과 조지아텍 기술력을 융합하려는 시도였다. 조한중 조지아텍 교수는 “바이오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의학·공학이 협력해 같은 학과를 설립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미국내 110여개 바이오메디컬 분야 학과는 물론 중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학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에모리대와 조지아텍 바이오엔지니어링학과를 졸업하면 두 대학에서 모두 졸업장을 받게 된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대까지 협력해 3개 대학 졸업장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조 교수는 “시스템이 전혀 다른 두 학교가 하나의 학과를 운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구성원들 의지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신동문 에모리대 의대 교수는 “신약개발 시 화합물 테스트는 기초연구를 하는 의대가 맡고 공대는 이를 상용화하는 방안을 찾는다”며 “이후 전임상, 임상은 다시 의대가 진행하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진다”며 의·공학 융합 장점을 설명했다. 김백 에모리대 교수도 “마치 물과 기름 같지만 협력 연구는 수많은 병목현상을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일단 정부부터 나뉘어져 있다. 기초과학은 미래창조과학부, 융합기술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기초과학자들은 응용기술 분야에 몸담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돈만 생각한다”고 비난하고, 응용기술 연구자들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해 “돈만 쓰는 집단”이라고 무시한다.
이에 대해 재미 한인 과학자들은 “미국에서는 절대 서로를 비난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청룡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는 “기초하는 사람들이 튼튼한 이론을 만들어 놓으면 공학자들이 이를 활용하면 된다”며 “현대 산업에서 기초와 응용의 구분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한중 교수는 “미국 대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동맥경화증을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오라는 과제를 내줬더니 나노기술, 물리학, 생명공학 등을 모두 감안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온다”며 “기초나 응용의 경계가 없어지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범훈 서강대 교수는 “기초과학을 배워 이론을 이해하고 공학이 현장에 적절하게 투입되면
[애틀랜타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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