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전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 노조가 반발할 가능성이 커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11일 “2016년부터 전 그룹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방침”이라며 “청년고용 확대 및 고용안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대상은 41개 계열사에 소속된 15만명으로 전 직군, 전 직원이 포함된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별로 각기 다른 현재 정년 연한을 60세로 일괄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 연장에 따른 추가 인건비 부담을 경감해 나가기로 했다.
현재 현대제철과 현대건설의 정년은 만 57세,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등은 58세에 맞춰져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추진과 더불어 연간 1000개 이상의 청년고용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년을 앞둔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및 창업 프로그램, 자기계발, 노후 대비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등 종업원들의 정년퇴직 후 안정적인 삶도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그룹사는 간부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한 뒤 순차적으로 일반 직원들에까지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중 지금까지 노사가 임금피크제 시행에 합의한 곳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정도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2년 이후 임단협에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식 요구해 왔으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노조가 사실상의 임금삭감에 해당한다고 보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향후 임금피크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는데 있어 핵심 관건 역시 노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사측도 이날 “노동조합의 협조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노조 합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강행할 방법은 없다”며 “어려운 과정이 되겠지만 노조와 꾸준하고 성실히 협의해 합의점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중이다. 11일까지 16차에 걸쳐 노사가 만났지만 임금인상률, 호봉제 폐지,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비율 등 쟁점 사안을 놓고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다. 이에 더해 임금피크제까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교섭이 한층 험로를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차의 경우 현재 명시적인 정년은 58세지만 건강상 문제가 없으면 2년 추가 근무가 가능해 사실상 정년은 60세다. 58세 이후 1년간은 임금이 유지되고 이후 1년은 10% 삭감된다. 아직 사측이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노조측에 제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임금 부담 감소를 통한 고용 확대로 이어지려면 현재보다 임금피크 개시 연령이 낮아져야 한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황기태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은 “우리는 이미 자체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사측이 임금피크제 시행 연령을 지금보다 낮추려 한다면 이는 임금삭감을 요구하는 것으로 당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는 이미 30대 그룹 계열사의 절반 정도에서 도입됐다. 지난달 고용노동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상위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 378곳 중 47%에 해당하는 177곳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도입하지 않은 계열사도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노사 합의를 통해 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7년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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