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트렁크 및 가방의 대명사인 쌤소나이트. 최근 여행가방 브랜드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그속에서도 쌤소나이트는 국내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09년 453억원이던 연매출이 딱 3년만인 2012년 3배가 넘는 1382억원으로 성장했다. 작년에는 2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렇다고 밀려드는 ‘유커’덕을 대단히 본 것도 아니다. 면세점서 유커 비중은 30%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쌤소나이트는 여행용 가방시장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최원식 쌤소나이트코리아 지사장(47)은 비결은 ‘글로컬라이제이션’에 있다고 했다. 여행용 가방은 편하게 ‘막 굴려야(?)’한다는 외국 사람들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트렁크도 깔끔하게 관리하고 싶어한다. 이런 니즈를 파악한 쌤소나이트는 트렁크 커버를 별도로 제작해 판매했다. 최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본사는 이해 못했지만 고객 니즈가 있어 만들었고, 수십만장을 팔았다”며 “글로벌 기업이 ‘우리 외국서 잘되는 브랜드야’라고 접근하면 한국선 백전백패”라고 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브랜드라면 무조건 따라가는 1단계와 브랜드에 대한 지식을 쌓는 2단계, 브랜드를 통해 나를 차별화하는 3단계를 지나 나와 ‘감정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4단계에 들어섰다. 그래서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고,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지사 특유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이 빛났던 것은 ‘쌤소나이트 레드’ 론칭이다. 쌤소나이트레드는 2010년 미국 본사가 아니라 한국서 태어난 브랜드. ‘김수현 백팩’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젊은 남성 직장인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쌤소나이트레드 전속 디자이너들도 한국인으로, 한국에 상주하며 디자인을 한다. 최 지사장은 “한국서 탄생한 브랜드가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돼 자랑스럽다”면서 “서양인과 다른 체구, 다른 스타일을 가진 아시아 남성을 타깃으로 철저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 전에도 이같은 시도가 있었으나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남성들 사이에서 두손이 자유로운 백팩에 대한 욕구가 발생하는 시점을 잘 잡은 것도 성공요인으로 봤다. 최 지사장은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백팩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 양복에서 비즈니스캐주얼로 출퇴근 복장이 바뀌면서 더 이런 트렌드가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 맞아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최 지사장은 하찮아 보이는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입생로랑, 바비브라운 등 명품 브랜드에 주로 몸담았던 그는 쌤소나이트로 오면서 배운 것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한국시장에서 쌤소나이트 다음으로 여행용 가방을 많이 파는 브랜드는 다름아닌 저가의 피에르가르뎅”이라면서 “이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시장이고 그 수요가 있다는 얘기”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메리칸투어리스터부터 쌤소나이트, 하트만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유통채널을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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