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 전역을 휩쓸던 콜레라. 이를 막은 것은 영국의 존 스노 박사가 접목한 통계학 덕분이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콜레라가 어떻게 전염되는지 알지 못했다. 스노 박사는 콜레라 희생자가 발생한 지역을 조사하고 사망자가 있는 지역을 지도 위에 점으로 표시했다. 이후 특정 회사에서 제공한 물 펌프가 있는 곳에서 콜레라 발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콜레라 확산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울시는 야간버스 노선 선정을 앞두고 주야간에 따른 시민들의 버스 이용 패턴을 분석했다. 답은 ‘수학’에 있었다. 서울시는 KT와 함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통계분석을 적용, 심야 인구 밀집도를 분석한 뒤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야간버스 노선을 설정했다. 야간버스 노선 업무를 총괄한 김이식 KT 상무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수학이 논리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학으로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분야인 ‘산업수학’을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산업수학 문제헌터 발대식’을 열고 산업수학을 활용해 산업현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수학이란 응용수학은 물론 순수수학 등을 모두 활용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을 통칭하는 용어다. 2000년대 들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미국,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산업수학을 활용해 산업 난제 해결 및 혁신적인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 국내에서는 수학이란 어렵고 따분할 뿐 아니라 현실 생활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일기예보를 비롯해 고수익의 금융상품 개발, 유전정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치료, 질병 확산 예측 등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수학이 활용되고 있다. 이번 발대식은 산업수학이 국내 산업계와 학계에도 퍼져나가도록 하기 위한 마중물 성격의 행사로 이를 통해 ‘수학이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고자 지난달부터 수학 교수 10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집단이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산업계의 난제나 수학을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혁신적 상품 등 21개 과제를 발굴했다. 가톨릭대와 건국대, 부산대, 성균관대 등 21개 대학과 메리츠화재, 삼성중공업, KT, 삼성SDS 등 34개 기업이 참여하며 내년까지 모두 27억원이 지원된다.
선정된 과제는 첨단 증권 트레이딩 기법, 서민금융 지원, 파생상품 가치평가, 줄기세포 분화 과정, 빅 데이터 수리 해석, 해양플랜트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 난류 유동 계산 등 다양하다. 이준엽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는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처리하는 수학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선진국 이외 중국과 인도 등도 산업수학을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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