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사용하는 암호를 풀어낸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그의 암호 해독은 제2차 세계 대전 종식을 앞당기고 1400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등장하는 실존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 그는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독일군이 사용하는 암호를 풀어내는데 성공한다. 2000만년 동이 걸리는 일을 단 몇 분만에 해낸 셈이다. 그가 독일군의 암호를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의 회전자 기계 덕분이었다. 알파벳이 무수하게 나열된 암호는 회전자에 입력되고, 한자 한자 다른 알파벳에 대응 시켜가며 규칙을 찾아내는 원리다. 그의 업적은 제2차 세계대전의 빠른 종식은 물론 약 1400만명의 목숨을 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던 튜링의 목표는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의 모태가 됐다. 70년전, 튜링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했다면 현재 과학자들은 이슬람테러조직인 ‘ISIS’가 일으키는 테러와 여러 사건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앤드류 샌톤 교수진이 지난 5일 전 세계 과학자들의 논문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들은 2200여건의 테러와 이를 전후로 발생한 다양한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 상관관계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독일군 암호 해독에서 테러를 예측하는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진보한 셈이다.
분석결과 ISIS가 이라크 내에서 ‘폭발’과 관련된 군사훈련을 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면, 7일 이내 시리아에서 차량폭탄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을 의미한다. 100번 훈련을 하면 92번 테러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ISIS가 이라크의 티크리트 지역에서 군사훈련과 함께 인질에 대한 처형을 진행했다면 이라크와 시리아는 급조폭발물(IED·사제폭탄)을 활용한 테러에 대비해야 한다. 연관성은 97%에 가까웠다. 이라크에서 군인으로 복무했으며 이번 연구에 참여한 파울로 사카리안 애리조나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시리아군이 ISIS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스마트폰, 이메일의 스팸 필터 기능, 자동비행 시스템, 자율 주행 자동차,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등도 모두 인공지능의 산물이다.
다가올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편의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람 개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한 맞춤형 치료, 개인 비서처럼 일정을 관리해 주거나 건강을 체크하는 일은 이미 기술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 재난재해 예측 및 예방,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전 제품의 컴퓨터화도 머지 않았다. 이를 뒷받침하듯 인공지능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학술지 ‘네이처’에는 구글의 자회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인 ‘딥 Q네트워크’에 대한 논문이 게재됐다. 딥Q네트워크는 49개의 비디오게임 조작법을 스스로 익혔으며 이중 29개 게임에서는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사람의 얼굴을 97%의 정확도로 구별해 낼 수 있는 ‘딥페이스’라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지난달 27일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테슬라의 설립자 엘런 머스크,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1000여 명의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무기인 ‘킬러 로봇’ 개발을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악용될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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