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24일 진행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희망대로 7조원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될 경우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게 돼 주목된다.
홈플러스 본입찰엔 지난달 예비 입찰을 통과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칼라일그룹, MBK파트너스 등 3개 사모투자펀드(PEF) 컨소시엄이 참여한다. 어피니티는 미국 대형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칼라일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각각 제휴했다. MBK파트너스는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의 투자를 약속한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본입찰은 당초 이달 17일로 예정됐지만 입찰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실사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일주일 늦춰졌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HSBC증권과 테스코는 본입찰에서 최종 인수가격이 포함된 인수제안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다음달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테스코 측은 올해 안에 본 계약을 완료하기로 했다.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수는 140개로 국내에서 두번째로 많다. 기업형수퍼마켓(SSM) 376개와 편의점 220개도 갖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568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409억원을 기록한 반면 순손실은 2003억원에 달한다. 이에따라 테스코의 예상 매각 금액과 유통업계가 바라보는 매각 금액간 차이도 크다.
테스코가 내세운 예상 매각 가격은 약 7조원이다. 최대 8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초 숏리스트(본입찰 적격 후보) 선정 당시 6조7000억원을 최저 수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미국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이 제시한 40억파운드(당시 환율로 약 6조8000억원)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만큼 적어도 7조원과 가까운 수준에서 인수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난 2007년 신한금융지주의 LG카드 인수금인 6조7000억원을 뛰어넘어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고금액을 경신하게 된다.
하지만 국내 유통업계가 보는 홈플러스의 가치는 4조원대다. 테스코의 희망 매각 금액과는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형마트 갯수만 154개에 이르는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시가총액이 약 6조5000억원인 만큼 순손실을 기록 중인 홈플러스가 이를 뛰어넘는 가격에 팔릴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최근 매각후재임대(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알짜 점포 부동산 일부를 1조원이 넘는 가격에 매각해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일각에선 매각 가격이 맞지 않아 본입찰이 무산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본입찰에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현대백화점그룹과 오리온 등 국내 대형 유통기업이 빠지고 사모펀드들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모펀드가 앞으로 홈플러스를 대형마트와 SSM, 편의점으로 쪼개 다시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국내 업체가 전략적 투자자(SI)로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해 현대백화점그룹 고위 관계자는 “(SI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못박은 반면, 오리온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이후 매각 과정 지켜본 뒤 전략적 투자자로 나설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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