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 꽃게를 사기 위해 최근 산본 소재 한 대형마트를 방문한 주부 이선옥씨(53)는 박스채 구매한 꽃게를 집에 와서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보통 가을 꽃게는 살이 꽉 찬 수꽃게를 팔기 마련인데, 3kg짜리 박스 안에 들어있는 활꽃게 15마리가 모두 암꽃게였기 때문이다. 마트에 “가을 햇꽃게면 당연히 수꽃게를 팔아야 하는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담당자는 “가을에도 암꽃게가 더러 나온다”며 “ 활꽃게를 판다고 했지 수꽃게를 특정해서 판다고 한 적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암꽃게가 ‘많아도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이날 마트에서 상자에서 열린채로 판매되고 있는 꽃게를 대강 훑어봐도 암꽃게가 훨씬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꽃게 성별은 배(등딱지 반대쪽)를 보면 아는데,암컷은 배꼽이 둥글고 수컷은 뾰족한 모양으로 생겼다. ‘제철로 볼때 봄은 암꽃게, 가을은 수꽃게’라는 게 정설인데 도대체 올해는 왜 이렇게 암꽃게가 많을까.
꽃게 성어기는 봄과 가을 1년에 두 차례 돌아온다. 암꽃게는 겨울에 수심이 깊은 바다로 이동해 몸을 숨긴 뒤 4월 초부터 알을 낳기 위해 얕은 연안으로 올라온다. 산란기인 봄에 알을 가득 품은 암꽃게가 맞있는 이유다. 산란기가 지나면 여름 동안 어린 개체들이 클 수 있도록 두달간(6월21일~8월20일) 금어기를 가진다. 이후 살이 찬 꽃게가 8월 말부터~11월까지 잡히는데, 이때 올라오는 것이 주로 수꽃게다. 수꽃게는 암꽃게에 비해 살이 단단하고 맛도 좋다.
산란이 끝난 가을철에 암꽃게들은 바닷속에서 거의 활동하기 않으므로 수꽃게보다 훨씬 덜 잡혀야 정상이다. 특히 8월말~9월초 잡히는 게들은 알과 살이 거의 빠진 상태라 맛이 덜하고 상품가치도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 기후 탓에 유독 암꽃게들이 많이 잡혀 걱정이라고 어민들은 하소연한다. 꽃게 중매인인 박성용 해돋이영어조합법인 대표는 “가을에 그물에 걸리는 암꽃게는 기후 등 다양한 요인 탓에 봄에 산란을 하지 못한 소위 ‘무거리(1년 묵은 게)’가 대부분”이라며 “마른 장마 등 여러 요인으로 알을 못낳은 묵은 암게들이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꽃게 어획량이 많은 소위 ‘풍년’이면 대형마트들이 주로 수꽃게만 선별해 판매한다. 하지만 올해는 꽃게 어획량 자체가 작년대비 30%수준으로 급감해 수꽃게만으론 물량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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