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충북 진천군 경작지에서 김도단 CJ제일제당 연구원(왼쪽)과 농민 정용해 씨가 갓 수확한 큰눈영양쌀 벼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
지난 13일 오후 충북 진천군 이월면 노원리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곳 농가에서 벼를 재배하는 정용해 씨(62)는 “올해 가뭄이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 논에서 난 벼가 큰 이상 없이 수확돼 뿌듯하다”며 “그중에서도 자신의 16만5000㎡(5만평) 논 가운데 한 켠에 있는 세 마지기 땅 4만㎡(1만2000평)에서 난 벼가 신통방통하다”고 했다.
정씨가 특유의 사투리를 섞어 흥분된 어조로 소개한 벼에서 난 쌀 이름은 큰눈영양쌀. 지난 2010년 CJ제일제당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 정씨 농가를 포함한 충북 진천 농가 두 곳과 경북 의성 농가 두 곳에서 시험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다.
CJ는 올해 초 CJ브리딩이라는 별도 종자법인까지 설립하며 신종자 발굴에 매진하고 있다. 전국 농가를 돌아다니며 계약재배를 실시해 신품종을 직접 재배하고 여기서 수확한 농산물을 실제 상품으로 내놓는 것이다. 현재 쌀을 비롯해 콩나물, 배추 등의 신품종을 발굴 중인 CJ는 지난해 10월 신품종으로 만든 첫 상품으로 이 큰눈영양쌀 햇반(큰눈영양쌀밥)을 출시했다.
이 쌀 종자의 공식 이름은 ‘서농(서울대 농대) 17호’다. 일반 쌀과 재배환경에 큰 차이가 없이 벼 외형이 똑같지만 알을 살펴보면 판이하다. 쌀의 영양성분이 집중돼 있는 쌀눈 크기가 일반 쌀보다 3배가량 큰 것이다. 특히 가공 과정에서 쌀눈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 쌀의 경우 가공 때 쌀눈이 잔존하는 비율은 30%에 그치지만 큰눈영양쌀은 이게 50%를 넘는다. 김도단 CJ제일제당 연구원은 “신품종 쌀의 경우 쌀눈이 크기도 하지만 쌀눈이 쌀알 속으로 움푹 들어가 박혀 있는 함몰형이어서 가공 때 더욱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영양성분이 많이 남아있어 이 쌀로 지은 밥은 비타민B와 E 함유가 높고 아연이나 칼슘, 식이섬유도 풍부한 것으로 판명났다. 특히 동물실험 결과 총콜레스테롤과 혈당 감소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공동으로 종자를 개발한 후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재배·상품화 독점권을 갖게된 CJ제일제당은 현재 이 서농 17호 쌀을 햇반용으로만 대형마트(롯데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CJ 측은 “큰눈영양쌀은 쌀눈 특성상 특수도정 과정이 필요해 일반 포대 쌀로 판매할 경우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어 햇반으로만 공급하며 시장 반응을 보고있다”고 전했다. 큰눈영양쌀밥 햇반 가격은 1980원으로 다른 일반 햇반(대형마트 기준 1400원)보다 비싸다.
맛 또한 다르다. 영양이 집중된 쌀눈이 많이 살아 있어 이게 밥 맛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계약재배 농가 주인 정씨는 “도시에 사는 손주 손녀들이 먹어보고는 고소하면서도 맛있다고 난리더라”며 웃는다.
무엇보다 정씨가 대기업 CJ와 계약을 맺고 재배하기 때문에 판로가 확실하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품종에도 한계는 있다. 서농 17호는 쌀눈이 큰 대신 벼대가 약해, 다 큰 성묘가 아닌 어린 묘로 심을 경우 초기 성장이 더딘 편이다. CJ 측은 “현재 연구진들이 가장 고심하고 있는 점도 바로 그 부분”이라며 “계약재배 농가를 수시로 점검해 문제점을 보완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현재 CJ 전체 햇반 상품 가운데 큰눈영양쌀밥 비중은 10%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향후 계약농가를 확대해 상품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식품회사의 최고 경쟁력은 신품종을 개발하는 일”이라며 “그동안 다른 기업이 나서지 않았던 일을 CJ만큼은 꼭 이어가겠다”고 강조해왔다.
CJ는 올 연말 경기도 수원에 CJ제일
[진천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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