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분열과 혼돈의 시대이지만 다자화한 강대국들이 리더십을 발휘함에 따라 3차 대전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21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21세기 시대 정신(ZEITGEIST)은 상상 가능한 것인가?’란 주제의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강대국의 흥망’으로 명성을 떨친 케네디 교수는 이날 21세기는 분열과 혼돈의 시대로 보편적인 시대정신은 존재치 않는다고 진단했습니다.
케네디 교수는 “18세기 낡은 군주제 시대에 맞서 계몽주의 사상이 확산되던 시절, 그 새로운 시대를 규정하기 위해 처음 사용된 게 ‘시대정신’이란 용어”라며 “20세기는 나치즘과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민주주의가 치열한 투쟁을 벌이면서 이에 걸맞은 명확한 시대정신을 형상화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세계는 74억 인구가 사는 21세기에 접어 들었고 2050년께 인구가 93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세상이 분절화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내전과 종교전쟁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케네디 교수는 각종 위협과 도전 속에 점진적인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케네디 교수는 “나라별로 이뤄지고 있는 외교적 논의와 국제연합(UN)을 통해 이뤄지는 평화유지 활동 등을 통해 세계는 분명 조금씩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계가 점진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근거로 케네디 교수는 UN의 평화유지활동을 비롯해 민주주의 정부가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선거 모니터링, 세계은행의 투자활동,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등을 꼽았습니다.
낙관적인 시대정신에 대해선 말을 아꼈던 케네디 교수는 3차 대전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지 올해로 70년이 됐다”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국제적인 역학관계는 불균형적이고 뷸균등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대, 6대 강대국이란 이름으로 한 테이블에 앉아 협상한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고, 적어도 다자화한 강대국들 사이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어 3차 대전을 치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냉전 종식 이후 최고의 시대 정신으로 여겨지고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케네디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주의가 여러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고, 일부 국가에서는 민족주의 등 다른 발전경로를 제시하고 있다”며 “그러나 윈스턴 처칠 영국 전 수상이 ‘민주주의는 다양한 제도중에서 가장 덜 악한 체제’라고 말한 것처럼, 그나마 나은 것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란 시대정신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나라를 절대빈곤과 재난 등에서 구하려면
케네디 교수는 “일단 전쟁이 없어야 하고, 합리적인 정부가 존재해야 하며, 예측가능한 세금 제도만 있으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된다”며 “따라서 이 3가지가 충족되지 않는 나라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지원을 아낌없이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