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복지부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에게 ‘비연임’ 통보를 하면서 비롯된 국민연금 인사 사태가 결국 보건복지부와 최 이사장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을 사퇴시키겠다고 밝혔고 앞서 최 이사장은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정부와 산하기관 단체장간 볼썽 사나운 힘겨루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복지부 방침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 만큼 최 이사장의 사퇴거부는 항명사태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정 장관은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연금 인사사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복지부가 주무부처로서 (국민연금을) 감독·관리할 권한이 있고, (최 이사장이 복지부와)충분히 협의했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에 책임져야한다”며 “본인이 자진 사퇴의사를 표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인선이라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하는데 토의하는 과정에 이미 이사장은 (비연임)의사를 결정하고 제 의견을 안 받았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이 주무부처 장관과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홍 본부장 비연임 결정을 했다는 뜻이다. 또 “국민이 돈을 내는 중요한 기관인데 이 중요한 곳의 간부가 내부 갈등을 일으켜 국민께 염려 끼쳐드린 건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최 이사장과 홍 본부장 사이 갈등으로 조직에 문제를 초래했으니 둘 다 물러나야한다는 게 복지부 입장인가’라는 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제 생각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는 하지만 이미 비연임 통보가 전달된 만큼 다음달 3일 홍 본부장 임기가 자동 종료된다”며 “이후 후임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기존보다 강경한 태도로 나온 이유는 최 이사장이 전날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월권과 항명을 한 일이 없다. 더이상 정부와 상대하지 않겠다. 자진 사퇴는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일 정진엽 복지부 장관과 회동에서 최 이사장은 오는 2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 국제컨퍼런스’까지 마치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 손님이 많이 오는 만큼 자신이 직접 이들을 영접해야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따라 복지부측에서는 최 이사장이 다음주에 사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같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이 다음달 3일 홍 본부장 임기 종료를 지켜본 후 사퇴의사를 밝힐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본인이 자진 사퇴 불가 의사를 강조해 국민연금 인사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부 입장에서 남아있는 최후의 카드는 대통령에게 최 이사장 해임 건의를 하는 것이다. 최이사장의 임기는 내년 5월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은 자진사퇴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 이사장이 정부 공식 입장인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반대한 것에 대해 관료 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비록 복지부에서 최 이사장이 사퇴해야할 이유로 공사화에 반대했다는 점을 들고 있지 않지만 정부의 ‘령(令)’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21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가 쉽게 물러나면 국민연금 기금공사 독립이 급물살을 타 국민연금 기금이 위험에 처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안인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셈이다. 앞서 그는 이달초 국정감사에서도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는 반대하지 않지만, 국민연금의 제도(국민연금공단)와 기금(기금운용본부)이 같이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반대 견해를 보였다.
이와 관련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정부안”이라고 공식화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중소기업 대표·근로자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사화가) 속도감있게 추진돼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작 국민연금 이사장이 공사화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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