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D 프린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의료혁명을 몰고 오고 있다.
이전엔 5만~7만달러였던 보철 인공팔이 200달러면 10분만에 완성된다. 수술때 위험부담이 컸던 양악수술을 비롯한 성형, 보청기, 치아교정, 의수·의족 등과 같은 의술에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움직이는 장기조직까지 프린팅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의료기기를 비롯한 의료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패러다임을 파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의료기기 및 의료보조기, 임상실험의 생존게임은 3D프린터에 달렸다고 볼 수있다.
3D프린팅의 가장 큰 수혜자는 각종 사고로 장애를 입은 사람들이다. 6살때 보트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시드니 켄달(미국 세인트루이스 거주)의 사례를 보자. 켄달은 그 동안 보철로 만든 인공팔로 일상 생활을 해왔다. 꿈 많은 소녀에게 보철 인공팔은 멋도 없고 실용적이지도 않아 거추장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웃음을 되찾았다. 3D 프린터로 마음에 쏙 드는 팔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새로 얻은 팔은 주문형 방식으로 제작했다. 마음에 드는 분홍색과 플라스틱 재질은 켄달 본인이 직접 골랐다. 팔은 켄달과 그의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공계학생들이 3D프린터로 만들었다. 시드니 엄마는 “각각의 손가락을 만드는데 약 7분밖에 걸리지 않아 우리 모두 깜짝놀랐다”며 흥분했다. 로봇팔은 왼쪽 손처럼 야구공을 쥐고, 컴퓨터마우스를 움직일 수있고, 종이컵을 자연스럽게 들어올릴 수있다. 제작비용은 불과 200달러밖에 안된다. 기존 인공팔 가격(5~7만달러)에 비해너무 싸다. 어린이의 경우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비싼 인공팔을 자주 만들어줄 수 없지만 3D프린터는 가능하다.
3D 프린터는 1980년대부터 활용되기 시작했지만 의료분야에 응용된 것은 최근 몇년전에 불과하다. 3D프린터는 복잡한 모형의 본을 뜨는데 이용됐지만 최근 들어 개인의 치아 및 고관절에 딱 맞는 ‘맞춤형 제작’으로 발전됐다.
국내는 일부 병원에서 얼굴뼈 이식, 대동맥질환치료, 관절수술에 3D프린터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미국은 의족 및 의수에서 치아, 심장판막에 이르기까지 주문형제작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또 인체조직 및 장기까지 3D 프린터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미국 병원 30~40곳에서 중증질환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3D 프린터에 인간세포를 장착해 살아있는 인체조직을 프린팅하는 ‘바이오프린팅(Bioprinting)’시대를 열고 있다. 의약품 독성실험에 3D프린터가 활용돼 동물보다 훨씬 정확한 통계를 뽑아내고 있다.
이처럼 3D 프린팅이 의료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13년 6월 ‘3D 프린터 거래소(3-D Print Exchange)’를 출범시켜 정보를 공유하고 다운로드할 수있도록 했다. 식품의약국(FDA)은 3D프린팅 기술이 의료기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연구하는 실험실 2개를 만들었다.
프란시스 콜린스 미국국립보건원장은 “3D프린팅은 의료분야 연구의 틀을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3D프린팅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다양하고 중요한 임상실험을 할 수있어 투자대비 얻는 수익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연구소 안토니 아탈라 소장은 페트리접시(세균배양에 사용되는 용기)에서 축소형 간(肝)을 이미 배양해 인체장기 ‘창조’에 한걸음 더 진일보하고 있다. 아칼라 소장은 “편지나 출판물을 인쇄하던 잉크젯 프린터가 이제는 치아, 손가락, 고관절의 모형을 플라스틱, 금속젤, 가루분말로 창조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재질은 이물질이 혈관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몸과 손쉽게 접합이 되어 치아, 보청기, 로봇팔 등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조지아 기술연구소 척 장 교수는 “과거에는 치아크라운(치아를 본뜨는 것)은 별도 작업실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며칠이 걸렸고 무엇보다 환자가 치과병원에 3~4번을 방문해야 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에서 치아스캔을 떠서 곧바로 크라운을 프린트할 수있다”고 설명했다.
3D프린팅은 이식수술에도 이용된다. 미국 미시간 모트 어린이병원 의료진은 최근 2년사이 3D프린터로 제작한 플라스틱 장기를 호흡기관으로 이식해 2명의 아이목숨을 살렸다. 이들 유아는 기도가 약해 결국 질식사하는 기관연화증이라는 선천성 결손증을 앓고 있었다. 유일한 치료법은 기관절개튜브를 삽입해 아이가 성장해 스스로 호흡할 때까지 수년간 산소호흡기를 설치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절개튜브를 이용해 수년간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려면 환자당 100만달러(약 11억원)이 소요되고 기도상태가 좋아야 한다. 이들 유아는 의료진이 모든 방법을 다 썼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3D프린터가 이를 해결했다. 아이의 기도를 CT로 스캔을 떠서 유타대 그린 교수와 생명공학자 홀리스터 교수가 협력해 맞춤형 기도를 만들었다. 몸은 여렸지만 프린팅으로 만든 기도를 삽입해 스스로 호흡을 할 수있게 됐다. 비용도 치료비를 포함해 20만달러에 불과했다.
외과수술에도 3D프린팅이 활발하게 이용된다. 뇌수술을 할때 두개골에 많은 구멍을 내야하지만 3D프린터로 두개골 판을 만들어 외상이나 암치료에 이용하고 손상된 두개골을 메꿔주기도 한다. 메이요클리닉이나 몇몇 병원들은 3D 프린터로 만든 고관절이나 무릎장치를 환자에 이식하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금속재질이 좋아지자 의사와 과학자들은 3D프린터에 인간세포를 장착해 살아있는 인체조직을 프린팅하는 ‘바이오프린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홀리 그레일(The Holy Grail)로 불리며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살아있는 이식용 장기를 프린트하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홀리 그레일이 현실화되려면 앞으로 20~30년이 걸리겠
수많은 연구소들이 이미 연구 및 의약품 테스트를 하고 손상된 장기를 복구하기 위해 이미 생체조직을 프린트하고 있다. 루이스빌대 심혈관혁신연구소 스튜어트 윌리엄스 교수는 “인체조직 프린팅은 수년내 현실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