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회사 골드코프(Goldcorp)의 CEO 롭 맥유언은 지질학자들에게 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자문을 구했었다. 그렇지만 지질학자들은 그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이후 맥유언은 금의 위치를 찾는 빅데이터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었다. 안타깝게도 아무리 수많은 데이터를 보유해도 근본적인 질문, ‘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은 알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맥유언 CEO는 빅데이터로 금의 위치를 찾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질학자들이 모른다면 다른 누군가는 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 지 알겠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매우 놀라운 실천을 한다. 바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골드코프 챌린지‘(Goldcorp Challenge)라는 이름의 온라인 경쟁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공개된 정보로 금이 어딨는지를 찾는 팀이 우승하는 콘테스트였다. 전 세계적에서 77개 회사가 참가했고, 결론적으로 맥유언 CEO는 34억달러(약3조8777억원) 가치의 금을 찾았다. 골드코프 회사의 시장가치는 2000년 설립 직후 1900만 달러(약216억7520만원)에서 현재 200억달러(약22조8100억원)로 훌쩍 뛰었다.
돈 탭스콧 탭스콧그룹 CEO는 맥유언의 사례를 들며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전했다. 일반 정보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갖고 있는 데이터를 공유하면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 변화가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전통적인 리더십을 깨기는 힘들어 보이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기업의 전형적인 패러다임이 있다. 조직체계가 분명하고, 톱-다운 리더십이 발휘되는 기업 패러다임이다. 어떤 면에선 리더가 독재적으로 행동한다. 이는 산업시대에 맞는 기업 구조였다. 그러나 지식시대에는 올바른 기업 모델이 아니다. 패러다임은 ‘머릿속의 모델(mental model)’이다. 이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제한을 둔다. 그리고 패러다임은 종종 추측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즉, 기업의 본질이 조직체계가 분명하고, 톱-다움 리더십이 있다 등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면 머릿속에 혼란이 생기고,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인 리더들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힘들어 한다. 결국 리더십과 연관이 되어있는 이슈다.
-한국 기업의 리더들은 이런 패러다임을 어떻게 깰 수 있는가.
▶젊은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젊은 직원들의 문화에는 새로운 직장 문화가 있다. 그리고 젊은 직원들의 말을 들으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고객들을 찾을 수 있다. 내가 딱 한 가지의 조언을 한다면 바로 젊은이들의 말을 들으라는 것이다.
-이미 탄탄한 기업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잘 받아들여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을까.
▶기술(의 진화)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또한 변화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우리는 디지털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안주하고 있으면 안 된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나는 다음의 신기술이 블록체인이라 생각한다. ‘블록체인’ 시대가 오면 수많은 기업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사실 이것이 나쁜 현상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당신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도래를 전망했다. 블록체인 시대에서 살아남을 기업들의 특징을 꼽는다면.
▶리더십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가 비전을 갖고 그 비전을 직원들에게 전파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와 같이 말이다. 그렇지만 이젠 훨씬 더 복잡한 조직체계가 구성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조직 전체를 위해 리더가 무언가를 배울 순 없다. 이에 새로운 시대의 리더는 조직 전체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람이다. 25년 전에 출간된 피터 센게의 저서 ‘제 5경영(The Fifth Discipline)‘ 에 이미 이런 리더십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 결국 리더십은 조직의 배움을 위해 존재한다. (블록체인은 거래기록을 서버에 보관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인터넷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거래 내용이 공개되어 거래 당사자 간의 신뢰 구축과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특징이 있다.)
-당신은 △고용시장의 변화 △개인정보 노출 △부의 양극화 △민주주의의 변화를 디지털 시대의 4대 위험요소로 꼽았다. 이 중 극복하기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사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번영(prosperity)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부를 창출하는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번영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번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 개인정보 노출 역시 해결하지 힘든 문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개인정보를 보유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보의 주인공인) 소비자들간에 싸움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이 문제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잘 해결되길 바란다.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은 ”인터넷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 말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가.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이 있을 순 있다.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의미에선 슈미츠 회장의 말에 동의한다. 스며들었다는 의미는 무언가가 어디에서는 존재한다는 뜻도 있지만, 어떤 것이 사라졌을 때만 그것이 존재했었다고 깨닫는 점도 내포되어 있다. 예로, 호텔방에 들어가면 TV, 인터넷, 전화기가 있다. 이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지만 호텔방에 들어갔는데 이것들이 없다면, 바로 알아챌 것이다. 그렇지만 호텔방에 들어서자마자 ‘인터넷과 TV가 있어서 완전히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He is…
돈 탭스콧은 PC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전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에 대해 연구해왔다. ‘디지털 이코노미‘(1995), ‘디지털 네이티브’(원제:
[윤선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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