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지 않아 자동차 안에서 책을 읽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온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각 장애인이 구글의 무인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 시험 주행이 성공했다. 애플은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며 2019년, 자동주행 전기자동차를 생산하겠다고 나섰다. 타이탄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제프 윌리엄스는 “자동차야말로 최고의 모바일 기기”라고 답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애플은 175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 5G이동통신은 현재 사용중인 이동통신 네트워크인 4G보다 1000배 빠르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 투자를 건너뛰고 곧바로 차기 기술 표준인 5G 이동통신 기술을 준비하기 위해 2020년까지 5000억 유로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민관협력 프로젝트인 ‘IMT-2020(5G) 프로모션’ 그룹을 결성하고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 개발을 추진중이다.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빠른 것을 넘어서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기술까지 포함됐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선진국들이 뛰고 있다. 애플이 가져온 스마트폰 혁명으로 산업의 판도가 요동쳤듯이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제2의 스마트폰 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자동차와 5G, 무인기, 지능형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EU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다. 우리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예상했던 중국은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올들어 10월까지 10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줄어든 한국으로선 위기감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스마트자동차의 경우 가장 기술력이 좋은 유럽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의 기술 수준은 83.8%다. 미국과 일본의 기술력인 97.6%보다 한참 밀려있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기술력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81.1%로 일본(96.9%), 유럽(93.2%)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이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무인자동차나 드론 등 새로운 동력을 통한 성장을 하지 못하면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지금부터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 가능성 탓에 기업들은 선도적인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결국 정부가 이들의 투자를 유도하며 정책적인 뒤받침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례에서 이같은 민관 협력 모델이 성공한 경험이 있다.
2013년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인 128Gb(기가비트) 반도체를 개발해 집적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받았던 반도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정부가 주도했던 ‘프런티어 사업’이 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2000년만 해도 1조에 해당하는 숫자인 ‘테라’급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것은 머나먼 일로 여겨졌다. 삼성전자는 1999년에야 256Mb(메가비트)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한 수준이었다. 정부가 나서 산·학·연 전문가들을 모아 사업단을 구성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술이전을 한 것이 주효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 자동차와 5G이동통신, 지능형 로봇, 지능형 반도체 등 미래 주요 산업으로 꼽히는 19개 분야를 선정하고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을 내놨다. 올해 1조원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총 5조 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분야로 고속·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 착용형 스마트기기, 스마트 바이오생산시스템, 실감형 콘텐츠, 맞춤형 웰니즈 케어, 빅데이터 등이 포함됐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성장동력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술개발에 맞춰 규제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년 2월부터 고속도로와 일부 도로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범 운행 되지만 핸들이 있어야 하며 반드시 사람이 자동차에 타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빅데이터 분야도 마찬가지다. 규제로 인해 여전히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개인의 건강정보 등의 접근이 어렵다.
연구개발 초기는 정부가 시동을 걸어주지만 후반부에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1998년부터 개발한 수직 이착륙 비행기였던 ‘틸트로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을 마쳤음에도 기업 참
[서동철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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