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술자리가 잦고 기온이 쌀쌀해지면 괴로운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치질(치핵)’ 환자들이다. 겨울에는 낮은 기온으로 모세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장되어 늘어난 정맥에 혈전 덩어리가 생겨 항문 밖으로 나오는 급성 혈전성 치핵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핵의 월별 수술 건수는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는 시점의 증가율이 18%로 7월(18.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치질수술 환자는 약 19만 5000명에 달한다.
치질은 일반적으로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통칭하지만, 의학용어로는 정확하게 치핵이라고 한다. 치핵은 항문 상부의 점막층 아래에 정맥혈관들이 덩어리를 이루면서 이 속에 피가 뭉치게 되어 마치 풍선이 늘어나듯이 부풀어 올라 나중에는 항문 밖까지 밀고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치핵 원인은 보통 복압이 증가하거나 항문에 울혈(鬱血)을 초래할 수 있는 생활 습관에 있다. 특히 화장실에 오래 앉아 과도하게 힘을 들여 배변을 하는 습관이나 지나친 음주, 오랫동안 변화없이 앉아서 일하는 자세등이 주된 원인이다.
치핵은 가려움증, 불편감, 배변긴박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무엇보다 출혈과 탈항이 주 증상이며 심하면 치핵의 박리나 궤양이 생기고 감염되어 항문의 농양이나 패혈증을 초래할 수 있다. 치핵의 치료법은 보존적인 요법과 외과적 수술로 나눌 수 있으며,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의 치료가 적용된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박민근 교수는 “배변과 관계없이 일상 활동 중에도 치핵이 돌출되거나 돌출된 뒤 손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경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모든 질환이 그렇듯이 치핵 역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작은 생활 습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먼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는 게 중요하다. 이는 치질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는 변비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또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해 하루 30g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나 술은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운동으로 장시간 앉아있거나 서 있는 것은 직장 정맥에 압박을 주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치핵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직업상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자주 휴식을 취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치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거운 것을 들거나 가파른 산에 오르는 것은 치핵을 악화시킬
셋째, 잘못된 배변습관을 고쳐야 한다. 배변시 힘을 주는 것은 직장 및 항문정맥에 큰 압박을 가하여 결과적으로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며 부어올라 치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배변은 5분 이내로 끝내고 용변시 힘을 많이 주지 않아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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