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에스브이의 인수·합병(M&A) 문제를 두고 회사를 매각하려는 주주측과 매각에 반대하는 현 경영진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 경영진이 최대주주측의 배후 인물로 지목한 이기훈 대양산업개발 부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3일 이기훈 부회장은 매경닷컴과 만나 “진짜 무자본 M&A는 임병진 대표”라며 “임 대표가 M&A에 반대하는 것은 회사를 통째로 삼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엔에스브이는 창업주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지난 10월 27일 이오에스이엔지, 휴먼플래닝이십일, 디와이 세 회사가 지분 32%를 보유하게 됐다. 이어 지난달 11일 새 최대주주측은 북경면세점사업단과 지분 매매 계약을 맺는다. 이기훈 부회장은 엔에스브이의 두 차례 M&A를 주도한 주주측의 핵심 인물이다.
이기훈 부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임병진 대표는 이오에스이엔지의 대표로 있다가 M&A가 성공하자 엔에스브이의 대표로 선임됐다. 임병진 대표가 이번 매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새 이사진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날짜를 9일에서 18일, 다시 31일로 연기하면서 주주측과 경영진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회사가 보름여 만에 두 번이나 M&A를 거치고 선임된 지 한달이 갓 넘은 새 대표이사가 31년 역사의 토종 밸브사업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휴먼플레닝이십일, 디와이가 마련했고 이오에스측이 잔금을 내기로 했지만 돈을 구하지 못해 잔금 납입이 계속 연기됐다”라며 “결국 잔금 114억원도 내가 마련했기 때문에 임 대표가 있던 이오에스쪽에서는 1원도 안 들어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대표는 밸브 사업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다른 재무적 투자자 몰래 투자자문사에 엔에스브이를 매각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임병진 대표가 엔에스브이의 대표로 선임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잔금 납입이 연기됐지만 10월 5일 엔에스브이의 주주총회는 원래 일정대로 열렸다”며 “인수자측에서 내세운 이사 후보들의 선임안 중에서 임병진 대표와 그의 지인 김진권 이사의 선임안만 가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멤버가 3명인데 그 중 2명이 임 대표측이다보니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 회사는 이제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옛 대주주에게 잔금 납입 전에 임 대표의 이사 선임안을 통과시켜준 이유를 물었는데 임 대표가 언제든 물러나겠다며 사임서를 미리 냈다고 한다. 그런데 대표가 된 이후 그 사임서를 자신이 다시 가져가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기훈 부회장은 엔에스브이의 매각건을 임 대표가 몰랐다고 하는 데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북경 면세사업 자체는 이미 지난 10월경에 인지하고 있었고 M&A 협상 과정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임 대표측은 주식 매각 계약이 다 체결되고 난 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1월 7일 북경면세사업단측을 만나 11일 계약을 체결했을 정도로 속도전이었다. 임 대표의 2년 고용보장 문구를 계약서에 넣을 정도로 배려했고 매각 차익도 큰 데 임 대표에게 이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라며 “계약이 체결되고 바로 다음날 임 대표가 몰래 북경면세점사업단과 만나 연봉 인상과 전별금 이야기 등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그러다 갑자기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며 M&A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대표측은 인수 주체인 북경면세사업단의 정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자본금 100만원짜리 회사가 중국에서 면세사업을 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북경면세점사업단은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는 SPC(특수목적법인)에 불과해 자본금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북경면세사업단은 엔에스브이 인수를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구하며 실제 중국 면세사업은 이기진 회장의 RGB에서 진행한다”라면서 “우리가 아남정보기술을 인수할 때도 KESS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데 북경면세사업단의 자본금이 100만원, KESS는 10억원이라는 차이 밖에 없고 둘 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M&A라는 건 똑같다”라고 말했다.
임 대표측은 주가 조작 경력이 있는 이기훈 부회장, 북경면세점사업단의 한혁 대표 등은 엔에스브이 경영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기훈 부회장이 자금을 낸 KESS의 대표도 임병진 대표다.
결국
이 부회장은 “주주총회가 열리면 임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다”라며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도 아마 연기시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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