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업체의 양대산맥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사업 추진의 지속성을 위해 인사 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유례없는 성장을 맛본 이들 기업은 확장 경영보다는 기존 성장세를 공고히 하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9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전날 12명의 임원에 대한 정기인사를 발표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승진폭을 소폭으로 줄여 현 조직의 안정화를 택했다. 지난해 28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그룹 내 전략부문과 고객전략 부서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이뤘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특히 재무 담당이나 국내외 공급망을 관리하는 임원 승진이 두드러지면서 내년에는 해외 진출과 같은 양적 성장보다는 성장의 질을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태평양 시절부터 재경을 담당하며 경영 지원을 총괄해 온 배동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함으로써 그룹의 재무적인 측면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그룹 CFO(재무담당 최고책임자)를 역임한 신임 배동현 사장을 통해 양적 팽창에 따른 성장보다 그 성장이 질적으로 얼마나 양호한지 살펴보고 성장세를 공고히 하는데 힘쓸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외 공급망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강병도 SCM부문장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인사 방침을 보여준다.
신임 강 부사장은 지난해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급격히 늘어난 화장품 수요에 잘 대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 공급망 관리는 사업 확장 뿐 아니라 확장에 따른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올해 임원인사는 각각의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역량에 더욱 집중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사업 추진의 지속성을 보장함으로써 장기적인 성과 창출을 진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그룹 직속으로 운영됐던 마케팅 전략부문을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직속으로 이동 배치했다. 현장과 고객 중심의 전략을 수립하고 브랜드 간 전략의 연계성 강화를 위해서다.
또한 이니스프리의 사업과 조직 확장에 따라 사업지원부문을 신설했다. 인사, 재무, 총무 기능의 통합을 통해 지원 기능의 전문 역량을 육성하기 위함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인사를 단행한 LG생활건강도 올 한해 고공행진한 화장품 사업에서 내실 관리를 위한 조직개편을 이뤘다. 화장품 사업 조직을 프리미엄 화장품과 럭셔리 화장품 부문으로 세분화해 브랜드 고급화를 통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생활용품 사업의 경우 퍼스널케어와 홈케어로 나눠 시장 1등 지위를 더욱 공고
LG생활건강 측은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들이 바짝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양적 성장보다는 고급화 전략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기존 브랜드들 파워를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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