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고 진정한 민주적 경제발전에 이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국민에게는 공평한 사법체계가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고심 끝에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이원형 부장판사)가 15일 오후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하자 법정에는 짧은 탄식이 흘렀다. 대법원이 지난 9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집행유예를 기대했던 이 회장의 변호인단도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의 안정호 변호사는 기자들과 파기환송심 선고공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에 너무 당혹스럽다”면서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걱정된다.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형이 선고돼 참으로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도 “막막하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재판 시작 10분 전 휠체어에 의지해 법정에 들어섰던 이 회장은 판결 내내 눈을 감은 채 선고 결과를 들었다. 재판부가 입장할 때 변호인들의 부축을 받아 잠시 일어섰던 거 외에는 일체의 미동이나 말이 없었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10여분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 회장 곁에는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과 이채욱 부회장 등 CJ임직원 10여명이 침묵 속에 서 있었으며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이 회장은 환자복 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법정에 출두했으며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 안경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1심 재판 도중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뒤 거부 반응과 바이러스 감염, 지병인 샤르코마리 투스(CMT) 등으로 투병생활을 계속해오고 있다.
CJ측은 대법원에 재상고해 법원을 판단을 다시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법원이 10년이하의 형에 대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를 받아들인 사례가 없어 재상고를 준비하는 CJ로서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게 되면 파기환송심은 그대로 확정된다. 다만 수감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형 확정 이후에도 법무부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이 회장은 6200억여원의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16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중 일본에서 개인 부동산을 구입하면서 CJ그룹의 해외법인인 CJ재팬을 보증인으로 세워 회사에 392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포함됐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회장의 조세포탈·횡령 혐의 대부분을 원심과 같이 인정했지만,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득액이 법리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배임으로 얻은 이득액을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여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가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고, 이전 판결보다 6개월을 감형했다. 김앤장 측은 특경가법 무죄 뿐만 아니라 형법상 배임 혐의 역시 이 회장은 무죄라는 취지로 재상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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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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