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맥(소주+맥주)의 재해석.’
수제 맥주 제조사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가 생산하는 라거 ‘젠틀맨’은 소맥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이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끝맛은 씁쓸하다. 알코올 도수도 소맥 한 잔과 비슷한 7.6도로 맞췄다. 청량감을 높여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라거 알코올 도수가 8도에 육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젠틀맨은 철저히 한국인 취향에 맞춘 국산 수제 맥주다. 맥주를 즐기면서도 소맥을 마시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게 특징이다
천순봉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대표(36)는 “한 잔 마시면 알딸딸해져 소맥을 대체할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풀고 삶을 즐기는데 도움을 주는 맥주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미국 유명 맥주 제조사 ‘노던 유나이티드 브루잉 컴퍼니’ 양조 기술을 전수받았다. 맥주공장이 미시간주 애나버시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참나무통에서 발효시켜 신맛이 나는 에일 맥주 브랜드 ‘졸리 펌킨’, 미시건 지역 호프와 맥아 , 체리 등으로 만든 에일 맥주 브랜드 ‘노스 피크’ 제품 등을 세계 각국에 수출한다. ‘졸리 펌킨’은 2010년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 맛있는 벨기에 스타일 맥주’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 코카콜라 법인과 삼성전자 출신으로 맥주 마니아였던 천 대표는 이종사촌누나 남편인 존 칼슨 노던 유나이티드 브루잉 컴퍼니 대표(45) 권유로 맥주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회사를 설립했고 브루마스터(맥주 제조 전문가) 김재현 이사(35)를 미국에 보내 양조 기술을 배우게 했다. 김 이사는 노던 유나이티드 브루잉 컴퍼니 소속 브루마스터 마이크 홀(51)에게 직접 전수받았다. 홀은 영국에 위치한 국제양조협회 창립 멤버로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캐나다, 영국 등의 맥주 제조 공장 55곳을 만드는데 산파 역할을 해왔다.
그에게서 정통 수제 맥주 제조법을 배운 김 이사는 제빵과 커피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면서 배운 발효와 추출, 블렌딩 기술을 응용해 독창적인 국산 수제 맥주 레시피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에게 풍미와 알코올 도수, 맛의 균형이 절묘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회사측은 오는 22일부터 젠틀맨과 알코올 도수 5.7도에 거품이 뽀얀 에일맥주 ‘더 미스트레스’, 할로윈 데이(10월 31일) 시즌에 호박을 넣은 에일맥주 등을 레스토랑과 펍 등에 납품한다고 밝혔다. 자체 양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수입 수제맥주 납품가보다 20% 낮다.
천 대표는 “맥주는 서민 음식인데 국내 술집에서 수입 수제 맥주 한 잔이 8000~9000원에 팔릴 정도로 너무 비싸다”며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수제 맥주를 즐기도록 만드는게 우리 회사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이산포길에 위치한 이 회사 맥주 공장은 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벨기에 숙성 발효 탱크와 미국 맥주제조장비, 독일 포장장비, 체코 탄산 조절기, 호주산 맥아와 호프 등으로 수제 맥주를 만든다. 공장 규모는 연면적 4
김 이사는 “일관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물 농도와 산도, 염도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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