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대형 고깃집도 상황은 비슷했다. 24일 오후 8시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서 내려 식당을 메우기 시작했지만 빈 자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 곳 직원은 “평상시 1000명까지 수용하는데 지금은 3분의 1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을 얼어붙게 한 갑작스런 혹한은 간신히 불씨를 이어가고 있는 내수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거리에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소비가 감소한 것은 물론이다. 설 경기를 앞두고 비닐하우스 농가와 양식업에 피해를 주면서 당장 장바구니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시는 25일 지난 주말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수가 674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주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숫자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전문매장 아리따움의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영하 18도를 기록한 지난 24일, 지상에 위치한 명동A점과 강남B점은 전주대비 각각 36.9%·39.1%의 매출 하락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지하철과 연결돼있는 잠실C점과 영등포D점의 매출은 전주대비 각각 28.6%와 24.3%씩 하락해 상대적으로 적은 하락폭을 보였다. 아리따움 관계자는 “명동은 ‘유커상권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지만 강추위로 인해 전주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명동에서 일본어통역을 제공하는 문호균 서울시관광협회 사원은 “명동거리를 누비는 관광객이 체감상 지난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남해안 가두리 양식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남해안 최대 양식활어 산지인 통영과 고성, 거제 앞바다의 수온이 주말사이 섭씨 7도 이하를 기록하면서 참돔 등 돔류나 쥐취같은 온수성 어종이 폐사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들 어종들은 수온이 6도 이하인 상황이 하루 이상만 지속돼도 폐사한다. 통영에서 가두리 양식장을 하는 유 모씨(40)는 “여기서 수온이 조금만 더 떨어져도 어류들이 집단폐사할 수 있다”며 “다른 양식장도 사정이 비슷해 초비상 상태”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주 경북·경남 일대에서 비닐하우스 5만6000㎡, 창고·축사 등 부대시설 1000㎡, 농작물 1만9000㎡가 한파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혹독한 한파에 웃는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방한의류 및 잡화 판매에 힘입어 지난 주말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8.2% 상승했다고 밝혔다. 배달전문업체 요기요는 지난 주말간 주문건수가 평소 대비 110% 급성장하며 자체 주문수 최고기록을 갱신하기도 했다. 업체 관계자는 “특히 주말 한 때 시간당 최고주문상승률이 2.5배까지 오르며 주문이 폭주해 주말 비상근무체제에 들어섰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통상 한파는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난 2014년 1~2월 20년만에 기록적 한파를 겪은 미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2.1%를 기록해 2009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 악화로 시민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증가율(-1.2%)이 줄어들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2014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반등효과로 4.6%까지 뛰어오를 정도로 혹한,폭설 등 악천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서울대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2003년 당시 ‘기상의 사회경제적 영향 및 상관관계’라는 연구를 통해 기상에 민감한 산업 비중이 우리나라는 GDP의 52%로 미국(42%)보다 더 높다고 분석했다.
이일한 중앙
[제주 = 이상덕 기자 /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울 = 정의현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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