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최근 쟁의행위 찬반투표 기간을 오는 19일까지 연장했다.
조종사 노조의 찬반투표 기간 연장은 이번이 3번째다. 지난달 12일부터 22일까지 실시하려던 찬반투표는 같은달 29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가 다시 이달 1일까지 미뤄졌다. 결국 이달 19일까지로 기간이 다시 늘어나면서 찬반투표는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종사 노조가 투표 기간을 계속 연장하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실제 조종사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까지 조종사 노조 조합원 1085명 중 886명이 참여해 81.66%를 기록했던 투표율은 같은달 29일 기준 95.58%로 뛰었다. 대한항공의 또 다른 조종사 노조인 새노조(대한항공조종사새노동조합)까지 합친 찬반 투표율은 지난달 22일 절반에 미치지 못하다가 29일 63.63%를 기록했다. 쟁의행위에 나서기 위해서는 새노조 조합원을 포함해 과반수를 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노조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대한항공 일반직원 1만여명이 속한 일반노조(대한항공노동조합)는 지난달 조종사 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조종사 노조가 일반노조 집행부를 향해 ‘어용노조’라며 비판하면서 일반노조가 조종사 노조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지만 제대로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새노조 역시 지난달 29일 ‘새노조는 통합을 원한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올리고 조종사 노조에 통합에 대한 논의와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갈등은 지난해 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상에 들어가면서 시작했다. 조종사 노조는 그동안의 대한항공 조종사 임금인상률, 해외항공사의 임금 수준,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을 들어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1.9% 인상을 내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37%를 인상할 경우 조종사 1명당 약 5000만원이 인상돼 회사로서는 비용 부담이 급격하게 커진다”며 “이미 조종사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 수준인데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는 일반노조도 1.9% 수준의 연봉 인상에 합의한 상황에서 무리한 급여 인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한항공은 최근 한국인 기장과 부기장 등 2500여명의 집으로 ‘운항승무원과 가족 분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고 “회사가 매우 어려우니 조종사 노조가 요구하는 급여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즉각 이 편지를 ‘가정통신문’이라고 규정하고 “운항본부 수장 명의로 가족에게 우편물을 보낸 행위는 직위를 이용해 가족을 위협하는 시도”라고 맞섰다.
사측과 노조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번 찬반투표에서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쟁의행위 안건이 통과하더라도 바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업하더라도 필수 공익사업장이기 때문에 80%는 정상 운행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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