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인간배아의 유전자 편집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허용됐다. 향후 인간배아의 유전자편집을 어디까지 허용할 지를 두고 논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캐시 니아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신청한 유전자 편집 실험을 허가했다. 연구팀은 수정 후 7일 정도면 형성되는 초기단계의 배아인 포배에서 특정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자르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이처럼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인간 유전자를 편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황쥔주 교수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를 통해 인간 배아에서 혈관질환인 ‘지중해성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지중해성 빈혈에 걸리지 않는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연구에 사용된 배아는 모두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것이기는 했지만 과학계에는 엄청난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전자편집은 현재 기술적으로는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맞춤형 아기’를 출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와 있지만 문제는 법적·윤리적으로 어디까지 허용할 지 여부다.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은 수정된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를 이용해서 잘라내는 ‘유전자편집’까지만 허용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인간배아에 대한 연구를 허용했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따라 향후 허용의 범위가 점점 넓어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이를 둘러싼 윤리적 논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인간유전학경계단체(Human Genetics Alert)의 데이비드 킹 회장은 “유전자 변형 아기의 합법화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향한 첫 걸음”이라고 경고했다.
노벨상 수장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 미국 칼텍 교수 등도 지난해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생식세포 연구를 중단하자”고 사실상의 ‘연구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인간을 위한 기술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제 생명윤리 논의기구인 ‘힝스턴그룹’은 지난해 9월 성명서를 통해 “신중한 정책이 요구되지만 인간의 초기발생과정 및 질병을 연구하는데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간배아 유전자 편집의 윤리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가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과 교수)는 유전자편집이라는 용어 자체가
[김기철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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