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골드러시(Genetic Gold Rush)가 시작됐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거대 글로벌 제약사와 해외 유명 대학들을 중심으로 기술 선점을 위한 투자와 특허 전쟁이 동시에 격화되고 있다.
이미 스위스의 노바티스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암세포 치료 기업 주노 테라포틱스 등은 지난해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 3일에는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그룹(中國化工集團)이 세계적인 농업생명공학기업인 스위스의 신젠타를 430억달러(약 52조37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술이 상용화되기 이전부터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UC버클리대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둘러싼 특허소송에 돌입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벤처기업 ‘툴젠’도 가세해 있다. 기초연구 단계부터 특허권을 주장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이 소송을 벌이는 것도 특별한 사례로 꼽힌다. 모두 막대한 파급력과 거대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다. 19세기 미국에서 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과 자본이 몰렸던 ‘골드러시’ 현상을 빗대어 ‘유전자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광을 누구보다 빨리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경쟁을 벌였듯이 유전자 기술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3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암 정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겠다고 밝힌 ‘Cancer Moonshot(캔서 문샷)’ 프로젝트의 핵심도 암과 관련있는 유전체 분석과 유전자 교정 등 유전자 기술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 기술이 사회에 미칠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며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유전체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질병 치료 등을 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투자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이 지난 1일 인간배아에 대한 유전자 교정 실험을 허가한 것이 ‘유전자 골드러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 유전자에 대한 연구의 장막이 걷힌 만큼 유전자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과학자들을 비롯한 거대 기업들이 유전자를 향한 골드러시에 몰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규제에 막혀 실험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간 배아와 관련된 연구는 생명윤리법으로 금지돼 있다. 유전자 조작으로 여겨지는 유전자변형생물(GMO)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기술을 규제하는 기준으로 유전자 가위 기술
김 단장은 “유전자 가위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결국 이 기술이 음성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기초연구가 발전해야 생명공학 기술의 악용을 막고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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