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오픈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지하 1층. 간판이 없는 창고같은 문을 열고 컴컴한 복도를 지나면 고급 바(Bar) ‘찰스 에이치(Charles-H)’가 나온다. 어두운 조명 아래 매력적인 젊은 남녀들이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무나 들어갈 엄두가 나지않는 비밀스러운 술집 분위기다.
찰스 에이치처럼 은밀한 술집을 ‘스피크이지(Speakeasy)’라고 지칭한다. 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 불법 주점을 복고풍으로 되살렸다. 1929년 대공황이 몰아닥친 후 미국인들은 이 곳에서 몰래 술을 마시며 시름을 달랬는데 7년전부터 뉴욕을 중심으로 과거 향수를 떠올리는 비밀 술집 형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 열풍이 서울 청담동과 한담동 일대로 번졌다.
국내에서는 스피크이지 정의가 ‘몰래 조용히 술만 마시는 바’ 또는 ‘겉 보기엔 술집인지 알 수 없어 아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술집’으로 변형됐다.
서울 한남동 오거리에 위치한 스피크이지 몰타르(Speakeasy Mortar)와 더 부즈(The Booze), 청담동 르챔버(Le Chamber)와 앨리스(Alice)가 요즘 핫한 남녀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스피크이지로 꼽힌다.
이들 가게 모두 출입구를 찾는 게 어렵다. ‘더 부즈’ 앞에는 공중전화 밖에 안 보이는데 그게 바로 가게로 들어가는 엘리베이터다. 청담동 르챔버의 경우 외국 스파이 영화처럼 책장에 꽂힌 책을 누르면 문이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청담동 앨리스 입구는 일반 꽃가게처럼 꾸며져 있어 여성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스피크이지는 테이블 세팅비를 1명당 1만원씩 받는다. 대신 한남동 더 부즈나 청담동 ‘볼트 82’ 같은 바는 남자 구두를 닦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특하고 특별한 술집으로 승부하다보니 만 28세 이하 출입금지, 5명 이상 출입금지 등의 조건을 내거는 곳도 있다. 칵테일 사진 촬영금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주소 및 사진 노출을 금지하는 ‘스피크이지’도 많다.
더 부즈는 연간 300만원에 달하는 고가 멤버십도 운영한다. 그 혜택으로 더 부즈가 주최하는 특별한 파티 등에 초대된다.
스피크이지를 자주 찾는다는 한 여성은 “SNS로 너무 서로
스피크이지 컨셉이 ‘술에만 집중한다’이기 때문에 여자끼리 온 테이블에 가서 합석을 시도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웨이터가 와서 “손님 여기서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제지하기도 한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