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화장실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샴푸. 사용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향도, 내용물도 그대로 일 때가 많다. 샴푸 한 가지를 오래 잘 쓰면 좋은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레를 치는 이가 있다. 50년 가까이 유기농 천연재료로만 샴푸 제품을 만들어온 프랑스 업체 레오놀그렐의 캐롤린 그렐(사진·49)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8일 기자와 만난 그렐 사장은 “화장품에도 사용기한이 있듯 샴푸에도 사용기한이 있다”며 “레오놀그렐 제품의 경우 개봉 후 6개월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개봉 후 성분에 변함이 없는 샴푸 제품은 그만큼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화학성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게 그렐 사장의 얘기다.
1968년 세워진 레오놀그렐은 유기농 천연재료만으로 만든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을 48년간 개발·판매해오고 있다. 창업자인 어머니의 이름을 딴 레오놀그렐은 사업 초기부터 ‘무(無)첨가 5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우선 계면활성제, 파라벤, 실리콘, 유해광물성 미네랄오일 등 4가지 화학성분을 제품에 넣지 않는 것이다.
그렐 사장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을 일절 넣지 않는 원칙이야말로 레오놀그렐의 오랜 자부심”이라며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만 제품에 이용하는 원칙은 어머니때부터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보카도, 아카시아, 바나나, 오렌지, 해조, 대나무, 알로에는 물론 아마존에서 채취한 희귀 식물버터 ‘쿠푸아수’, 붉은 사막 나미비아에서 찾은 몽곤고커넬, 부리치,프로폴리스 등 진귀한 식물성분이 레오놀그렐의 대표적인 천연재료들이다. 최근에는 밀에 함유된 글루텐 성분이 알러지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글루텐이 함유되지 않은 퀴노아 단백질 성분으로 대체했다.
그렐 사장의 경영 원칙에는 ‘동물실험 반대’가 포함돼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한 중국 시장 진출을 레오놀그렐은 과감히 포기한 이유다.
“최근 유럽 등을 방문해 레오놀그렐 제품을 경험한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 구입 문의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자국에서 제품 판매를 위해 동물 실험을 해야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이는 레오놀그렐 원칙에 어긋나 중국 진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중국 진출 계획은 없어요.”
레오놀그렐은 현재 중국을 제외한 유럽, 미국, 브라질, 러시아, 이집트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 두바이, 베트남 등 45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레오놀그렐이 올린 매출 규모는 1200만유로 (한화 약 160억원)다. 전세계 경기 침체와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렐 사장은 “레오놀그렐은 프랑스 쁘렝땅, 갤러리아 라파예트 등 유명 백화점은 물론 고급 헤어살롱, 럭셔리 스파 등 전세계적으로 엄선된 유통망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며 “이같은 고급화 정책이 오히려 경기 불황에도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급 헤어살롱, 탈모전문 클리닉과 레오놀그렐 공식 온라인몰 등에서만 레오놀그렐 제품을 살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레오놀그렐 샴푸 제품으로는 비듬과 각질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뱅 트레땅 알라 프로폴리스’와 두피 모근강화로 탈모방지에 좋은 ‘또니끄 비비휘앙’ 등이 있다. 프로폴리스 샴푸는 일주일만 사용해도 큰 효과를 본다는 의미에서 ‘일주일의 기적’이란 별칭으로 소비자들 사이 통한다.
2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서 그렐 사장에게 여성들의 헤어스타일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냐고 묻자 “펌과 염색을 한 여성들이 많아졌다”고 답했다.
“예전에는 긴 생머리로 수수한 헤어스타일이 많았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 다양한 종류의 펌과 밝은 색깔의 염색을 한 여성들이 많아졌다”며 “헤어 뿐 아니라 얼굴에도 색조화장을 짙게 하는 경향이 엿보입니다.”
이같은 헤어스타일 변화에 맞춰 레오놀그렐은 올해 안으로 한국인들의 염색 모발을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트리트먼트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특히 외부 공기나 수분에 의한 제품 변질을 막을 수 있도록 진공상태의 튜브형태로 출시할 예정이어서
그렐 사장은 “현재 테스트 중인 진공상태 용기는 샴푸의 사용기한을 늘리는 목적이 크다”며 “아무래도 천연재료만을 사용하다보니 보존제를 넣는 일반 샴푸 제품보다는 사용기한이 짧아 이를 1년까지 늘려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더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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