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프리존 입법을 앞두고 한창 ‘손톱 밑 가시’를 발굴하던 기획재정부에 지난 3월 울산광역시 투자 유치 담당자가 찾아왔다. 울산시가 지난해 10월 일본계 비즈니스 호텔을 유치하고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지만, 정작 땅이 없어서 투자가 막혔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산시의 외국계 자본 유치가 벽에 부딪힌 까닭은 비사업용 토지에 부과하는 양도세 중과 규정이 올해부터 갑자기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호텔체인 A사의 투자 제안을 받고 부지까지 물색할 때까지만 해도 없던 비사업용 토지에 양도세를 중과하는 규정으로 거액의 양도세를 물게 된 땅 주인이 돌연 안 팔겠다고 나온 것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의 사업성을 높게 본 일본 호텔이 강력한 투자 의지를 보였지만 정작 땅이 없어서 투자가 미뤄졌다”며 “애초에 땅을 팔려던 사람도 매각 의사를 철회하고 땅을 팔려는 사람이 줄어드니 땅값도 올랐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해 정부는 비사업용 토지에 부과하는 양도세 10% 포인트 추가 과세를 유예했지만, 결국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규정이 폐지되고 말았다. 이때문에 땅 주인들은 지난해 양도 차익에 따라 기본세율인 6~38%만 양도세를 내면 됐지만 올해 부터는 16~48%까지 물게 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의식해 땅을 보유한 기간에 맞춰 10~30%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도입하려 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좌절됐다.
문제는 울산시의 하소연에도 정부가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특정 규제 때문에 투자가 막힌 사례라면 정부가 울산시와 협의해 규제를 풀어줄 여지라도 있지만, 이번 사례는 세법 전반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A사는 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와 A사가 지난해 10월 맺은 투자양해각서(MOU)에 따르면 A사가 세우려는 비즈니스 호텔은 300~350석 규모로 투자 금액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A사는 호텔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울산 시민 중에서 뽑기로 약속을 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울산시는 이번 투자를 유치해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국회의 ‘부자감세’ 논란에 부딪혀 투자가 막히고 있는 셈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A사가 회사 내부 사정을 들어 투자를 미루겠다고 했다”면서 “워낙 투자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곧 다시 투자 절차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런 양도세 중과로 사업에 제동이 걸린 곳은 호텔 사업예정지만이 아니다.
최근 한 업체에서 빌라 개발을 위해 수도권 북부에 위치한 9900㎡ 남짓 땅을 매입하려다가 막판에 무산된 사례도 있다. 양도세 중과 규정 탓에 갑자기 양도세만 10억원 넘게 물게 되자 기존 땅 주인이 매도를 무기한 연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천안에서도 모 시행사가 6만㎡ 남짓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지난해 계약까지 다 해뒀다가 올해 잔금납부를 앞두고 땅주인 양도세가 갑자기 30억 가까이 늘어나면서 계약 해지 위기에 몰렸다.
전국에 양도세 증가로 인해 진통을 겪는 사업장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난이 심각한 시점에 막판 벼락치기로 통과된 토지 양도세 중과는 주택공급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제활성화 측면에서도 장기보유특별공제 규정을 포함한 양도세 중과 상황을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재
[김규식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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