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들게 탄생시킨 ‘진짬뽕’은 진한 육수맛과 굵지만 쫄깃한 면발 덕분에 날개돋힌듯 팔렸다. 지난해 10월 15일 출시 후 173일만인 지난 4일 누적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초당 약 7개가 팔린 셈이다. 오뚜기는 진짬뽕 1억개 길이(개당 17m)로 지구(둘레 4만km)를 42바퀴 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진짬뽕 1억개에 사용된 오징어는 총 620톤으로 약 207만 마리를 소비했다고 한다.
오뚜기 관계자는 “진짬뽕 출시 50여일만에 1000만 개 판매를 돌파했고 75일만에 3000만개, 100여일에 5000만개, 173일만에 1억개를 넘어섰다”며 “날이 갈수록 판매량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비록 2012년 꼬꼬면이 세운 ‘168일만에 1억개 돌파’ 기록은 깨지 못했지만 오뚜기를 라면 시장 선두업체로 바꿔놓았다. 회사측은 가장 먼저 성공한 제품을 베끼는 미투(me to)전략이 아닌 끊임없는 연구개발 노력과 변화 추구 전략이 대박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뜨거운 짬뽕이 생각나는 겨울 시장을 선점하며 라면 트렌드를 바꿨다.
진짬뽕의 소비자 가격은 1370원(할인점)으로 진라면(550원)보다 2배 넘게 비싸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불황에도 삶의 질을 높이는 맛있는 음식에 돈을 아끼지 않는 작은 사치(에지스몰) 소비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개발 주역인 오뚜기 라면 연구원들은 진짬뽕의 인기 비결로 자연스러운 짬뽕 기름 불맛, 시원하고 진한 닭 육수, 홍합 오징어 미더덕 등 최적 함량의 해물조합, 면폭 3mm 이상인 태면(太麵)이라고 분석한다.
불맛은 고온의 웍에서 볶을 때 순간적으로 야채 표면 수분이 증발돼 그을리면서 발생하는 향이 요리에 입혀진다. 연구원들은 불맛을 내기 위해 각종 야채와 온도별로 볶는 실험을 거쳐 유성스프를 개발했다. 또한 닭육수와 사골육수로 진한 육수를 우려냈다. 시원한 해물맛을 내기 위해 품질 좋은 홍합과 미더덕, 게, 다시마, 굴을 첨가했다. 푸짐한 건더기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 라면시장에 없던 면폭 3mm 이상 태면도 개발했다. 면발이 굵어질수록 자칫 겉 부분만 익고 속은 덜 익을 수 있다. 연구진은 수백번 면을 뽑는 실험 끝에 겉은 부드럽고 속은 탱탱한 태면을 탄생시켰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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