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대우조선해양 기술진들은 프랑스의 한 회사에 기술연수를 갔다. LNG(액화천연가스)선박 화물창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명목은 연수였지만 온갖 설움 속에 어깨넘어로 기술을 배워오기 위한 작업이었다. LNG선 화물창 기술 국산화에 대한 강한 열망은 있었지만 도면에서 보던 것과 실제 적용 사이에는 늘 간극이 컸다. 숱한 노력이 있었지만 실제 적용과정에서 기술개발 노력은 번번히 벽에 부딪혔다.
이런 설움을 겪은 끝에 대우조선해양이 LNG 선박 핵심기술을 국산화해 기술독립을 이루게 됐다. 대우조선은 11일 LNG선 화물창 시스템(Cargo Containment System)인 ‘DSC16’을 독자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회사가 독점해오던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기술을 갖게 됨에 따라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허윤 대우조선 중앙연구원 부장은 “20여년간 받아왔던 설움을 이겨내고자 부단한 연구, 노력 끝에 얻어낸 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기술 개발은 대우조선이 지난 20여년 동안 100척에 가까운 LNG선 건조를 통해 축적한 연구성과 등이 바탕이 됐다.
액화된 천연가스를 해상 장거리 수송할 때 파도 흔들림으로 선창이 마모되며 기화 등으로 손실 발생한다. 이것을 막는 것이 가장 고난이도 기술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목재를 활용해 이런 손실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LNG선박을 건조할 때 마다 프랑스 GTT 에 약 120억원을 기술사용료, 특허료 등으로 지급해왔다. 선박 가격의 5% 안팎의 비용을 지급해온 셈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연간 평균 20척~30척의 LNG선을 건조했던 것을 감안하면 연간 2000억원~3000억원이 외국에 기술사용료, 특허료로 지불됐다. LNG선박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마지막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지 못해 프랑스에 기술 종속 상태가 지속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핵심 기술 개발로 LNG 선박 분야에서 원가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LNG선박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주도해왔지만 중국의 강한 추격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 기술개발로 중국과 조선분야 핵심 기술력 격차를 벌일 수 있게 됐다.
세계최대 에너지 기업 셸은 LNG 프로젝트에 DSC16 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식 승인 절차(Development Release)를 진행 중이다.
엄항섭 대우조선 전무(중앙연구원장)은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소조선소 및 기자재 업체 및 연구기관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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