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1·남)씨는 신세계그룹 SSG페이의 SSG머니 10만원을 현금인출하려다 깜짝 놀랐다. 수수료가 5000원이나 붙었기 때문이다. 보통 은행 현금입출금기(ATM)를 이용할 경우 대부분의 수수료가 공짜거나 은행 업무 시간 외에도 500~900원의 수수료가 붙는 것과 비교하니 더욱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씨는 “충전해 둔 SSG머니를 특별히 쓸 일이 없어 현금인출 하려던 것이었다”며 “하지만 수수료를 5%씩 물어야 해 손해만 봤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에서 전사적으로 밀고 있는 모바일 간편결제 SSG페이의 현금인출 서비스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 수수료가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그룹은 SSG페이 결제 수단인 SSG머니를 현금인출 할 경우 인출금액의 5%를 수수료로 매긴다. 청호이지캐쉬 ATM에서 5만원을 뽑을 경우 수수료만 2500원을 떼는 셈이다.
이같은 수수료율은 현금인출 기능은 일종의 고객 서비스로 수수료를 따로 매기지 않거나 매기더라도 인출금액과 상관없이 1000원 미만의 수수료를 적용하는 시중은행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모바일 간편결제 수단으로 신세계그룹과 경쟁을 벌이는 삼성페이의 경우 은행이 매기는 수수료 외 별도의 수수료를 물지 않고 있어 더욱 비교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SSG페이의 비싼 수수료 탓에 어떻게 하면 수수료를 물지 않고 현금인출을 할 수 있는지 공유하는 글도 인터넷상에 심심찮게 떠돌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SSG머니와 양방향 전환이 가능한 하나멤버스의 하나머니, KB국민카드의 포인트리로 적립한 SSG머니를 바꿔 현금인출을 하는 것이다. 하나머니는 1만원 이상일 경우 KEB하나은행의 ATM기에서 은행 업무시간에 이용하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으며, 포인트리 역시 KB국민은행 ATM을 통해 무료로 돈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SSG페이의 현금인출 기능이 소비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도입한 만큼 이같은 포인트 전환 과정 자체가 번거로워 해당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 씨는 “애초부터 KEB하나은행이나 KB국민은행의 고객이 아니면 이용하기 힘든 방식”이라며 “(신세계그룹 측에서) 수수료율을 낮추면 될 일인데, 이렇게 번거러워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신세계그룹 측은 인출금액의 5%를 수수료로 책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이른바 ‘카드깡’이나 ‘상품권깡’ 문제를 들고 나왔다. 즉, 신용카드 매출을 허위로 대량 발생시켜 즉시 현금화(카드깡)하거나 백화점 상품권을 구둣방이나 상품권 할인 판매소와 같은 비공식 판매처에서 싸게 구입한 뒤 SSG머니로 충전, 이를 현금화(상품권깡) 해 차익을 보는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필요한 최소 수수료율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김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카드깡과 상품권깡을 막기 위해선 필요한 수수료율이다”고 말했다. 현재 SSG머니는 신용카드를 비롯해 무통장입금, 상품권, 기프트카드 등을 통해 충전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다만 상품권깡 등과 무관한 소비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SSG머니를 SSG닷컴에서 60%이상 사용한 고객들은 그 나머지 40% 금액을 현금인출시 수수료를 따로 매기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백화점 상품권 액면금액의 60%를 구입한 후 나머지 40%는 현금으로 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이
하지만 여전히 ‘급전’이 필요해 SSG머니를 현금화하려는 소비자들에게 5%의 수수료율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소비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비싸게 받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금융감독원과 상의해 불법을 막는 수단으로 정해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